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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PS4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플레이 시기 - 2020년 4월


플레이 타임 - 70시간





스퀘어에닉스가 힘들어지는 순간이 오면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를 꺼내들 것이다. 무슨 구세주 전설마냥 시리즈팬들 모두가 농담 반 희망사항 반으로 해온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실 SFC 시절 최고의 RPG 중 하나로 손꼽히는 파이널 판타지 6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지만 7 쪽은 조금이나마 가능성이 더 높았습니다. 본편 이후 PS, GBA 두 기종으로 이식된게 끝이었던 6에 비해 7은 2005년 풀 CG 영화 어드벤트 칠드런, 2006년 PS2로 더지 오브 켈베로스, 2007년 PSP로 크라이시스 코어가 발매되는 등 스퀘어에서 뭔가 계속 만지작거리는게 보였거든요. 하지만 그런 7도 크라이시스 코어 이후론 가끔 인터뷰와 루머에서 언급만 될 뿐, PS3 세대에선 대형 프로젝트인 파뷸라 노바 크리스탈리스란 이름으로 발표된 파이널 판타지 13 세 작품에 묻혀 잊혀져 갔습니다.


2013년, 라이트닝 리턴즈를 끝으로 파이널 판타지 13은 완결이 되었고, 파이널 판타지 베르서스 13은 파이널 판타지 15란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고 끝이 안보이는 개발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15가 뒤집어 엎히면서 2014년엔 파이널 판타지 14를 제외하면 시리즈 관련으로 이렇다할 소식이 없는 상태였는데, 그러다보니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고개를 들게 되었습니다. 연말 플레이스테이션 익스피리언스 행사에서 실제로 무언가가 공개되긴 했는데, 바로 파이널 판타지 7 리마스터판 PS4 발매였죠ㅋㅋㅋㅋㅋ 혹시나 했던 팬들은 역시나 스퀘어 어그로 퀄리티 어디 안간다고 모두들 욕하고 넘어갔는데...





2015년, E3 소니 회장에서 정말로 최신 그래픽으로 제작된 파판7 미드가르의 도입부 영상이 흘러나왔고 이렇게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는 공식화되었습니다. 이날 게이머들의 반응이 플4 세대를 통틀어 손에 꼽을 정도로 열광적이었던건 말할 필요도 없겠죠. 발표 직후 스퀘어의 주가마저 급등할 정도였으니까요.


파이널 판타지 7이 어떤 의미를 갖는 작품인지는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봐도 알 수 있겠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시리즈 최초로 3D 그래픽을 도입했고, 닌텐도 하드웨어를 벗어난 첫 작품으로 PS1세대 콘솔 경쟁에서 PS의 승리에 쐐기를 박았으며, 당시에 이미 밀리언 셀러로 시작해 현재까지 전 세계 판매량이 1200만을 넘고, 일본과 북미 양쪽에서 최고의 JRPG를 꼽으면 항상 상위권에 랭크되는 작품이며, 그 인기에 힘입어 시리즈 전체에서 가장 많은 외전작을 가진 작품입니다.


13 3부작이 시리즈의 이미지를 많이 깎아먹고, 파판15 역시 저 시점엔 아직 발매가 안됐지만 지지부진한 개발로 기다리던 팬들이 많이 지쳐있는 상태에 파판7 리메이크는 분위기를 반전할 좋은 카드였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작품을 다시 한번 시리즈 메인급 퀄리티로 리메이크한다는건 회사 입장에서도 굉장한 모험일겁니다. 물론 판매량이야 그 13도 본편만큼은 괜찮은 편이었고 7이란 필승카드를 꺼냈으니 보장되어 있겠지만, 원작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많은 팬들이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 시리즈의 미래를 위해선 그 기대에 부응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이 때문인지 스퀘어는 시리즈 처음으로 게임을 한번에 완결을 내지 않고 몇개의 파트로 나눠서 릴리즈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디스크 2.5장 분량의 원판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담아내려면 하나의 작품으론 모자라다는 이유로요. 이 선택에 대해서는 처음 발표때는 물론 파트1이 발매된 지금도 논쟁이 벌어지는데, 어게 정말로 옳았을지는 아마 완결작이 나온 후에야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겠죠.


첫 트레일러 공개 이후로 키비주얼, 시스템, 분할, 성우 등 이런저런 사양이 계속해서 발표됐지만 실제 발매까진 5년이 더 걸렸습니다. 2020년 3월로 잡혔던 발매일이 4월 10일로 한번 밀리기도 했죠. 5년은 분명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발표로부터 10년이 걸린 파이널 판타지 15, 전작으로부터 12년이 걸린 킹덤하츠 3에 비하면 장난인 수준이라 전 그정도까지 애타진 않았습니다ㅋㅋㅋ 저 두 작품 모두 완성도에 대한 논란은 있다지만 파판7 리메이크 발매까지의 기간을 잘 메꿔주기도 했고요. 





원작을 플레이해본 입장에서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 받는 느낌은 그리움과 신선함입니다. 캐릭터도, 적들도, 배경도, 음악도, 스토리 이벤트도 모두 새로우면서 원작을 떠올리도록 멋지게 리메이크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건 캐릭터의 모델링과 BGM입니다. 주연, 조연급 캐릭터들의 표현은 정말 엄청난 수준인데, 클라우드의 팔 근육과 티파의 복근을 보고 있으면 게임 그만하고 운동하러 가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ㅋㅋㅋ BGM도 단순히 원작의 곡 하나를 한 곡으로 어레인지한 것이 아니라 여러 배리에이션을 만들고 상황 전개에 맞춰 다르게 깔아서 몰입감을 높혀줍니다. 원작의 전투곡인 Those Who Fight의 활용이 대표적인 예인데, 2장에서 클라우드가 신라의 추적을 피해 탈출할 때 시작돼서 초중반부를 변주한 버전을 루프시키다, 2장의 끝에 보스가 등장하면서 마침내 절정 부분으로 넘어가는데 처음 진행할 때 정말 감탄했습니다.


다만 스토리가 미드가르만을 다루기 때문에 플레이하면서 보게 되는건 슬럼과 하수도, 공장, 폐건물 뿐이라 캐릭터를 제외하면 그래픽적으론 인상에 남는게 별로 없습니다. 심지어 중요 오브젝트를 제외한 그래픽 표현은 버그인지 의도인지 모를 저질 텍스처로 비판받고 있고요. 캐릭터마저도 자주 보게 될 캐릭터나 괜찮지 엑스트라 캐릭터들의 퀄리티는 파판15에서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뭐 최소한 게임 내내 클로즈업해서 보게되는 클라우드 일행의 퀄리티만큼은 훌륭하기 때문에 저런 디테일까지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라면 문제없겠지만 리뷰 사이트에서 점수 깎기엔 충분한 문제점이죠.





이 게임의 전투 시스템은 일단은 액션RPG입니다. 하지만 파이널 판타지 15와 마찬가지로 ARPG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그게 아닌 조금 애매한 ARPG로, 기본 틀을 액션으로 잡고 거기에 원작의 ATB 개념을 덧붙인 형태입니다. 원작대로 최대 3명까지의 파티를 이룰 수 있고, 플레이어는 이 중 한명을 조작하게 되며 실시간으로 조작 캐릭터를 교체할 수 있습니다. 아무런 제약없이 사용할 수 있는 기본 액션은 일반 공격과 특수 공격, 가드, 회피 네가지이며 점프는 없고, 공격 대상을 락온할 수 있습니다. 적을 공격하거나 공격을 가드하다보면 ATB가 2칸(리미트기 비전 사용시엔 최대 3칸)까지 모이는데, 이 ATB 게이지를 소비해서 아이템, 마법, 특기, 어빌리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적을 공격하거나 적에게 공격당하면 리미트 게이지가 쌓이며, 가득차면 캐릭터마다 2종류 중 하나로 설정해놓은 리미트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ATB를 사용하는 액션들과 리미트기는 웨이트 모드로 들어가 여유롭게 액션과 대상을 선택할 수 있으며, 캐릭터마다 최대 4개까지 단축메뉴에 등록해놓고 실시간에 바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웨이트 모드에선 조작중인 캐릭터 말고 다른 캐릭터에게도 지시를 내릴 수 있지만, AI가 조작하는 캐릭터는 ATB를 정말 느리게 채우기 때문에 답답합니다.





적들은 기본적으로 보스와 일반 적들 모두 맷집이 굉장히 좋은 대신 버스트 게이지라는게 존재하고, 공격을 통해 이 게이지를 가득 채우면 버스트 상태로 만들어 잠시동안 무방비 상태가 되며 이 때 강력한 공격들을 높은 배율로 꽂아넣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적들마다 공략 방법이 있어 약점 속성으로 공격하거나, 특정 기술을 피하거나 가드하거나, 부위를 파괴하면 히트 상태가 되어 버스트 게이지를 더 빨리 채울 수 있게 됩니다. 특히 보스들은 노멀 난이도에서도 첫번째 보스부터 엄청나게 단단하기 때문에 간파로 약점을 파악하고 그 약점을 공략해 히트 상태로 만들고 버스트 시키는게 공략의 핵심이 됩니다.





이번 작품에서 조작하게 되는 캐릭터는 클라우드, 배럿, 티파, 에어리스로 총 네명인데, 마테리아로 배우는 기술이야 공통이지만 기본 공격과 특수 공격, 리미트기, 그리고 무기로 배울 수 있는 어빌리티는 모두 다릅니다. 클라우드는 기본 모드인 어설트 모드와 맹공 및 반격이 가능한 브레이브 모드를 전환하며 싸울 수 있고, 강력한 공격 어빌리티와 웨이트 모드 덕분에 누구든 직전 패링을 가능하게 해주는 만능 수준의 반격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배럿은 기본적으로 원거리 공격을 하며 탱킹을 위한 보조 기술들을 가지고 있고, 티파는 버스트 배율 상승이 가능한 강력한 한방기들을 가지고 있으며, 에어리스는 마법계 차지 공격과 연속 마법 등 마법 공격에 최적화된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데 플레이해보면 메인은 거의 클라우드를 조작하고, 멀리 떨어져서 싸우거나 회복해야할 땐 에어리스와 배럿, 보조 필요할 땐 티파를 쓰게 됩니다. 뭐 이게 역할분담이라면 역할분담일까요ㅋㅋㅋ





소환 마테리아를 장착한 상태에서 적들과 싸우다보면 소환 게이지가 축적되고, 가득차면 ATB를 사용해 소환을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소환수는 자동으로 싸우며 소환자가 전투불능이 되거나 소환 게이지가 다 떨어지면 각 소환수의 결정기를 사용하고 사라지지만, 소환자에 상관없이 아무 파티원이나 ATB를 사용해서 특수 공격을 지시할 수 있습니다. 파티원이 여전히 남아있다는걸 제외하면 파판12와 비슷한 느낌인데, 최소한 소환수도 소환 시점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도 없었던 파판15에 비하면 훨씬 유용합니다.





이번 작의 전투는 원작의 ATB 시스템을 액션과 그럭저럭 잘 엮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최소한 아이템만은 ATB랑 상관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번 작의 난이도는 노멀만 해도 꽤나 높아서 대미지가 크게 들어오는 편인데 회복 수단인 아이템이나 마법이나 모두 ATB가 필요하다는게 치명적입니다. 적들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공격하는데다 공격도 유도성이 강해서, 원거리 캐릭터가 다 전투불능이고 근접 캐릭터만 ATB 없이 빈사상태가 된다면 진짜 운이 좋지 않는 이상 그냥 맞아죽는 것 말곤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ㅋㅋㅋ 그나마 어떤 전투든 리트라이가 간단히 가능하긴 한데, 포션과 MP가 널널해도 ATB가 없어서 회복을 못하고 뻗는 상황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합리하단말이죠.


시스템이 애매하다는건 ATB 게이지 말고 적들의 패턴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기본 공격이 빗나갈 수 있는 것처럼 적들의 기본공격까진 적당히 피할 수 있지만, 마법과 대부분의 특수 공격은 굉장히 유도성이 강해 가드가 강제되는데다, 특히 보스의 필살기급 패턴은 가드마저 무시해서 타이밍 좋게 버스트로 아예 취소시키지 않는 이상 얌전히 맞은 다음 회복해야 합니다. 버스트 시스템 역시 공략의 핵심이라곤 하지만 보스들은 겨우겨우 버스트 시켜놓으면 인게임 이벤트와 함께 다음 페이즈로 넘어가면서 버스트 상태를 강제로 풀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점들이 합쳐져서 플레이하다보면 겉보기엔 액션이지만 사실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뭔가 다 짜인 판 위에서 공격을 주고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 점은 훨씬 극단적인 예시긴 하지만 파판7 크라이시스 코어와도 닮아있습니다.


어쨌든 불편한 점도 많고 불합리한 점도 많다지만 시스템을 잘 활용한다는 전제 하에 ARPG를 좋아한다면 노멀까진 굉장히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액션도 화려하고 타격감도 좋은데다 보스전은 첫번째 보스부터 마지막 보스까지 대부분의 보스를 상당히 공들여서 만들었다는게 느껴져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장비의 핵심은 무기와 마테리아인데, 일단 마테리아는 원작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무기와 방어구 슬롯에 장착해서 마법이나 기술을 사용하거나 능력치 보너스를 얻을 수 있고, 연결된 슬롯에는 서로를 강화하는 마테리아를 조합할 수 있는데 속성 + 속성 마법 마테리아를 장착해서 해당 속성의 마법을 흡수하거나 내성 + 버프/디버프 마테리아를 장착해 해당 상태이상에 면역으로 만든다거나 하는게 가능합니다. 몇몇 마테리아는 처음 플레이에선 끝까지 성장을 시키지 못할 정도로 AP 요구치가 엄청나지만, 클리어 후에는 경험치와 AP 획득량이 3배가 되기 때문에 파고들기 플레이를 하다보면 주력 마테리아는 충분히 마스터할 수 있습니다. 파고들기 요소로 모든 마법 마테리아(초록색)을 최소 하나씩 마스터할 것을 요구하니 AP 요구치가 많은 소생은 미리 키워두는게 좋고, 하드 난이도를 플레이한다면 HP와 MP 관리가 가장 중요해지니 HP/MP 증가 마테리아는 캐릭터마다 1~2개씩 챙겨두면 큰 도움이 됩니다


무기는 원작처럼 평범하게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점점 좋은 무기가 나오는게 아니라, 각 무기가 밸런스형, 물리형, 마법형 등으로 특성화돼 있고 이런 무기들을 스토리 진행 중 얻게되는 SP를 소비해 강화해나가는 방식입니다. 마테리아 슬롯은 최종적으로 모두 최대치인 2개씩 연결된 6개가 되지만, 최종 성장시의 능력치와 MP 소비 절감, 속성 강화, 라스트 리브 등의 특수 옵션은 차이가 나기 때문에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골라서 사용하면 됩니다. SP는 같은 수치가 모든 무기에게 함께 주어지는데 하드 난이도의 모든 보스를 클리어해야만 최대까지 성장시킬 수 있게 되지만, 강화를 초기화시켜 다시 배분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마음가는대로 성장시켜도 문제는 없습니다. 또한 무기마다 붙어있는 어빌리티가 있는데 기술마다 대략 10번씩 전투에서 쓰면 배워서 무기와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큰 특징은 아닙니다. 나중에 완결편쯤 가면 울티마 웨폰이 나와서 다른 무기를 다 장식으로 만들어버릴지도 모르지만, 최소한 이번 작에선 클라우드가 마지막까지 버스트 소드를 들고 싸울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훌륭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ㅋㅋ





이번 작품의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원작의 디스크 1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미드가르 탈출까지를 다루며, 스토리의 큰 틀은 같지만 거기에 많은 양념을 친 형태입니다. 무엇보다도 클라우드 일행과 아발란치 동료들의 캐릭터 묘사가 굉장히 세밀해졌는데 덕분에 업그레이드 된 비주얼 + 음성 연기와 함께 캐릭터들에 원작 이상으로 빠져들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최고는 역시 티파와 에어리스로 클라우드와 둘이 데이트마냥 돌아다니는 챕터까지 있는데, 티파는 티파대로 당연히 좋고, 에어리스는 클라우드 티파 커플 지지자인 저마저도 잭스가 부럽다고 느껴질 정도로 무시무시한 매력을 보여줍니다ㅋㅋㅋ


이 글에서는 스토리에 대해서는 이정도로만 다루고 넘어가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론 저 캐릭터 묘사가 훌륭해서 좋게 평가합니다. 다만 미드가르 하나만을 다루려고 하다보니 원작에선 크게 의미없는 부분들도 쓸데없이 늘려놓은게 많아서 게임이 늘어지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 점은 파고들기를 위해 2회차 플레이를 진행해보면 더 분명히 느껴집니다. 어쨌든 그렇게 분량 채우기성 이벤트를 여럿 끼워넣은 덕분에 원작 2~30% 분량을 가지고도 1회차 플레이 타임 35시간 정도를 달성하긴 했지만 저런 의미없는 부분을 다 자르면 최소 10시간은 줄어들었을겁니다. 스퀘어는 공식적으로 스토리 분량 때문에 나눠서 개발한다고 했지만, 이런걸 보면 역시 스토리 분량조절보다는 그냥 미드가르를 벗어난 월드맵을 개발할 여력이 없었던게 확실합니다.





스토리가 미드가르만을 다루다보니 진행도 원작과 마찬가지로 거의 일자진행입니다. 파이널 판타지 13이 일자진행으로 많은 비판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 작품은 그 13보다도 더 심해서 골목 하나를 벗어나면 그 회차 플레이에선 다신 이전 맵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스토리의 진행에 따라 파티 멤버 변동도 굉장히 잦은데, 일자진행답게 항상 정해진 파티로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으며 3명짜리 풀파티가 아닌 1,2명이서 진행하게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스토리 진행 중 서브 퀘스트들도 있고, 투기장도 있고, 후반 챕터 하나에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게임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맵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되는데 파티원은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뭔가 반쪽짜리 자유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게다가 이게 단순히 아쉽고 끝나는게 아니라 귀찮기까지 한데, 캐릭터 사이의 마테리아 교환 기능이 없어서 파티원이 바뀔 때마다 마테리아를 매번 바꿔줘야합니다. 그 화룡점정은 최종보스전인데 클라우드 + 다른 2명으로 치르게 되는데 이 두명의 파티원을 직접 선택할 수가 없어서 안그래도 까다로운 난이도가 더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엔딩을 보고 챕터 선택이 가능해진 이후로도 파티는 여전히 챕터별로 고정이며, 오직 파고들기 요소 중 하나인 배틀 시뮬레이터에서만 자유롭게 파티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원작에서도 자유도가 없던 초반부를 다룬다지만 그야말로 이 게임의 자유도는 0이라고 봐도 됩니다.


어떻게든 그런 단조로움을 덜어내기 위함인지 몇몇 챕터엔 서브퀘스트가 있고 스토리 및 서브퀘스트 중 미니 게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다만 서브퀘스트의 퀄리티는 질이 낮기로 유명한 파판15랑 별 다를바가 없는 수준이고, 미니게임도 처음 할땐 신선하지만 바이크를 제외하면 하나도 스킵을 할 수 없어서 파고들기 플레이땐 그냥 귀찮기만 한 존재가 됩니다.





트로피를 제외한 파고들기 요소로는 투기장과 배틀시뮬레이터, 하드 난이도가 있습니다. 엔딩을 보고나면 챕터 선택과 함께 하드 난이도가 풀리는데, 보스를 클리어할 때마다 무기 개조를 위한 SP를 주지만, 노멀에서도 만만치 않았던 적들이 더 강해지는건 물론이고 시스템적으로 아이템 사용을 완전히(필드+전투 모두) 막아버리며, 휴식했을 때도 MP가 회복되지 않게 됩니다. 부족한 컨텐츠로 어떻게든 플레이타임을 늘리기 위해 발악하는게 느껴질 정도인데, 안그래도 뭔가 불합리한 전투에 시스템적인 불합리함까지 겹쳐 플레이하는 내내 스트레스가 쌓입니다ㅋㅋ 길거리 상자를 부수면 심심치 않게 MP 회복 보너스를 받고, 보스들이 강해도 마테리아를 잘 조합하고 약점만 잘 파악하면 꾸역꾸역 클리어는 가능한 수준입니다만, 난이도와 상관없이 그냥 사람을 정말 짜증나게 만듭니다. 보물상자나 적으로부터 쓰지도 못할 아이템을 획득했다는 메시지를 보고 있으면 이게 지금 나를 놀리나 하는 생각이 드는건 덤이고요.


배틀 시뮬레이터는 본편에서 까다로운 적들을 모아 스테이지 5개로 구성한 챌린지 미션으로 하드 난이도를 진행할 정도면 무난하게 클리어할 수 있지만, 마지막 미션의 소환수 연전은 적들도 까다로운데다 아이템조차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마테리아 조합을 포함해서 전략을 잘 짜야 합니다. 배틀 시뮬레이터의 마지막 전투를 클리어하면 리미트 게이지를 처음부터 꽉 채워주고 이후에도 전투 중 빠르게 축적시켜주는 신들의 황혼(라그나로크)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을 처음 클리어하면서 받은 인상이 그리움과 신선함이었다면, 파고들기까지 끝내고서 남은건 불편함과 불합리함이었습니다. 첫 플레이에선 끝내주게 잘 뽑은 클라우드, 티파, 에어리스의 비주얼, 역대 최고 수준의 BGM 어레인지, 덤으로 적당히 화려한 전투에 눈이 돌아가서 마냥 좋았는데, 2회차를 플레이하면서 저런 '리메이크의 장점'을 전부 걷어내고 나니 자유도 0의 일자진행, ATB 전투의 불편함, 여전히 저질인 사이드 컨텐츠, 파고들기 난이도의 불합리함이 느껴지더군요. 다시 생각하면 (워낙 유명한 게임이라 상대적으로 적겠지만) 원작의 추억이 없는 입문자라면 당장 1회차에서부터 저런 단점들이 눈에 들어올거라는 점에서 낮은 점수를 준 리뷰들도 충분히 이해가 가더라고요.


원작 팬 입장에서 이번 작에 점수를 매기자면 10점 만점에 7점 정도를 주고 싶네요. 물론 이제야 원작의 1/4 정도까지 왔고 진짜 보여줘야 할게 많은 월드맵은 아직 나오지도 않은데다, 전개면에서도 리메이크가 꼭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야한다는 법도 없으니 파트2부터는 더 많은걸 기대해볼 수 있겠죠. 이번 작이 마음에 안들었던 입문자라면 다음 기회를 안줄지도 모르겠지만, 저를 포함한 원작 팬들은 아마 다 끝을 볼테니 이번 작에서 뚜렷하게 보인 단점들은 모두 고쳐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고요. 사실 이 게임에 90점 넘게 높은 점수를 준 리뷰어들 중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리메이크면에서는 만족스럽지만 게임성 면에선 모자란 점이 많으니 빨리 더 개선된 후속작을 달라 입니다ㅋㅋ 연말 차세대기가 발매 예정이라 올해내로 나올 가능성은 그냥 없을것 같은데 차세대기 런칭작으론 안될까요. 뭔가 정말 긴 데모 게임을 끝낸 느낌이라 기다리기 더 힘들어졌는데 늦어도 제발 1년내로는 긴 분량의 후속작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