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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PS4

영웅전설 시작의 궤적


영웅전설 시작의 궤적


플레이 시기 - 2020년 8월 ~ 2020년 10월


플레이 타임 - 84시간



2020년은 콘솔에서 플스4 세대의 마지막 해입니다. 이스8과 도쿄 제나두로 시작해 플스4로 매년 신작과 리마스터작을 내오던 팔콤도 올해 내는 작품이 아마 플4 마지막 작품이 되겠죠. 그리고 저는 작년부터 그 작품으로 도쿄 제나두의 후속작을 예상했습니다. 시기가 시기인만큼 뭔가 완전히 새로운걸 시도할 가능성은 없으니 기존 작품의 엔진을 우려먹은 후속작일테고, 그렇게되면 후보는 이스와 영웅전설, 제나두 셋 중 하나가 됩니다. 이중 이스는 당장 작년에 이스9가 나왔고 영웅전설은 재작년에 섬의 궤적 4로 큰 줄기 하나를 끝냈으니 전작이 나온지도 꽤 오래됐고 퀄리티와는 별개로 신작치곤 성적도 괜찮았던 제나두의 후속작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보였거든요.


근데 제 예상과는 달리 팔콤의 선택은 영웅전설이었습니다. 물론 궤적은 팔콤에겐 가장 안정적인 선택지였겠지만, 사실 저는 가장 아니길 바랬던 선택지였습니다ㅋㅋ 이미 섬궤4에서 그동안 전개되던 스토리는 대충 마무리가 된 상태고, 캐릭터나 배경이나 스토리나 에레보니아편 자체에 별 애착도 없고, 게임 내적으로도 3,4편이 크게 새로울거 없이 사실상 거의 같은 시스템을 공유하는 만큼 좀 다른걸 보고싶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소재는 2011년 벽의 궤적 때부터 언급만 되고 직접적인 묘사는 계속해서 미뤄왔던 크로스벨의 독립이었습니다. 일단 스토리는 저를 포함한 시리즈 팬들이 기대했던걸 안정적으로 골랐습니다. 게다가 4작품째 주인공 중인 린 말고도 크로스벨의 주역인 로이드와 새로운 캐릭터 C까지 셋이서 공동 주인공으로 각자 루트를 가지고 서로 교차하는 방식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댑니다. 시스템적으로 더 새로운걸 할게 없으니 스토리 전개 방식을 새로운걸 시도하나보다 싶고요. 그리고 이름은 시작의 궤적. 모든것이 끝나고 모든것이 새로 시작한다를 캐치프레이즈로 그동안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준비하는 작품이 될거랩니다. 언제나의 궤적 시리즈답게 뭔가 결사에서 또 새로운 이름의 계획 하나 끼얹고, 파워 밸런스를 뒤흔드는 사도나 집행자 몇명 보여주고 끝나겠죠.


아무튼 이 시점까지 시리즈를 따라온 시점에서 질렸다고 이번작은 패스한다는 선택지는 없었으니 예약 받기 시작한 당일날 한정판을 예약했습니다. 게임 자체와는 별개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 동시발매가 돼서 같은 게임을 두번 구입할 필요가 없었고, 한정판을 정말 주문 제작을 했는지 예약판매 때 물량 걱정이 없었다는 점은 정말 좋았네요. 모든 팔콤 게임 예약판매가 앞으로도 이번만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일단 이번작은 기술적으론 그 어떤 변화도 없습니다. 엔진이 그대로에, 모델링도 그대로니 그래픽은 똑같습니다. 게임 내적으로도 스토리 주 무대가 크로스벨이니까 맵은 던전 몇개 빼면 거의 다 우려먹었고, 3편부터 이어진 전투 시스템도 기본은 그대로에, 시리즈 전통이라 할 수 있는 쿼츠 시스템, 수집요소인 각종 노트 채우기도 그대로입니다. 사실 여기까진 모두가 예상한 당연한 얘기겠네요. 오히려 뭔가 달라졌으면 이상했을것 같은 생각마저 듭니다ㅋㅋㅋ


그렇다고 변경점이 아예 없는건 아니고 굳이 범주를 나누자면 변경점이 세가지 정도가 있는데, 게임 진행 방식이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형태가 됐고, 전투 중 사용할 수 있는 상당히 유용한 커맨드가 추가됐으며, 편의성에 올인하는 회사답게 이런저런 자잘한 편의 기능이 늘어났습니다.



가장 먼저 전투쪽을 살펴보면 전작 기준으로 빠진 시스템은 없고 공격 아츠를 고를 때 적의 약점인 아츠를 보여주도록 바뀌어서 더 편리해졌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1편부터 전투 도중엔 아무 쓸모가 없었던 어썰트 게이지를 사용해서 발동하는 밸리언트 레이지가 추가됐습니다. 밸리언트 레이지는 파티원이 5명 이상으로 예비 멤버가 있을 때 플레이어 턴에 어썰트 게이지를 하나 소비해 발동할 수 있습니다. 종류에는 어택(물리 공격), 아츠(아츠 공격), 힐 세가지가 있는데, 모든 적을 공격하거나 체력과 상태이상을 회복하고 이런저런 버프를 걸어주며 오더에 사용되는 브레이브 포인트를 채워줍니다. 커맨드 셋 다 효과가 강력하기 때문에 보스전에서 마무리 전 셋업을 할 때나, 큰 기술 얻어맞고 재정비할 때 큰 도움이 되며, 필드나 던전을 돌아다닐 때는 채우기도 굉장히 쉽기 때문에 일반 전투에서 적을 커맨드 한번에 빠르게 정리해버릴 수 있어서 편합니다.


다만 시스템과 별개로 전투 밸런스는 여전히 막장입니다. 캐릭터부터가 역대 최고로 강력한데, 브레이브 오더는 여전히 밸런스 브레이커고, 쿼츠와 액세서리를 포함한 장비들은 이전에도 강력했던 장비들에 '진','극'을 붙여서 더 강화해놓은데다, 마스터쿼츠는 제한 레벨이 15까지로 늘어나 보너스 폭이 더 올라간 와중에 밸리언트 레이지까지 추가됐으니까요. 그에 비해 적들쪽의 강화점이라면 보스들이 전투 시작 후 첫턴에만 쓰던 안티 오더를 S크래프트 사용 전 다시 쓴다던지 하면서 전투 중 여러번 사용하게 됐다는건데 아예 오더 해제까지 턴을 안주고 버틴다거나 하는 식으로 해법이 다 있기 때문에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다음으론 편의성 개선쪽인데 가장 큰건 고속 모드입니다. 터치패드 왼쪽을 눌러서 고속 모드로 전환할 수 있는데 이게 전작과는 달리 필드에서든 전투에서든 이벤트에서든 미니게임에서든 게임 도중 아무때나 다 먹힙니다. 이벤트야 원래 한방에 스킵이 가능했으니 크게 달라질건 없는데, 필드를 돌아다니거나 호흡이 느릿느릿한 VM같은 미니게임에서 굉장히 편리합니다.


캐릭터들이 늘어나고 아이템들도 늘어나면서 장비에 관련된 편의 기능도 많이 강화됐습니다. 고급 쿼츠가 여럿 추가되면서 쿼츠를 장비할 때 특정 등급의 쿼츠만 볼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고, 장비를 사거나 업그레이드할 때 특정 캐릭터의 장비만을 볼 수 있는 기능이 생겼으며, 장비와 쿼츠를 장착할 때 이미 다른 캐릭터들이 장비하고 있는 것들도 선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한 액세서리나 쿼츠를 특정 기준(물리, 아츠, 밸런스, 지금 장비의 상위)에 따라서 자동으로 선택해주는 기능도 생겨서 주력이 아닌 캐릭터를 잠깐 써야할 때도 그럭저럭 편리하게 쓸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팔콤 게임들은 RPG 중 편의성 면에선 이미 최고수준이라고 생각하는데, 신작이 나올때마다 어떻게든 뭔가 개선점을 만들어 내는건 점수를 높게 주고 싶습니다.



이번 작의 스토리는 로이드, 린, C 세 사람이 주인공으로 각자의 루트가 따로 진행되다 종장에서 합쳐지는 형태로 되어있습니다. 루트 전환은 언제든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론 셋중 한쪽 스토리를 진행하다 시스템적으로 중간에 진행이 막히고 다른 스토리로 넘어가서 진행하다 다시 돌아오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런 재핑 시스템의 주요 특징인 '한쪽에서 한 행동이 다른 쪽에 영향을 미친다' 개념은 나중에 파티의 아이템이 합쳐지는거 빼곤 전혀 없기 때문에 별 의미는 없습니다. 파티가 합류하는 시점까지 돌아보게 되는 마을이나 필드, 던전이 다 달라서 영향을 미칠 여지가 없거든요. 오히려 그때문인지 플레이 도중 갈 수 있는 지역이나 파티 구성이 고정돼서 자유도가 굉장히 떨어집니다. 게다가 사이드 스토리도 없다시피 해서 필수 요소 중 하나였던 퀘스트도 모두 빠졌고, 에레보니아편의 가장 큰 특징이었던 인연 이벤트도 사라졌습니다. 겉보기만 복잡하지 사실상 전작들보다 더 선형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게임이 마냥 단순한건 아니고 1편의 구교사나 3편의 아인헬 요새와 비슷한 느낌으로 스토리 중간중간에 진 몽환회랑이라는 던전에 도전할 수 있게 되는데, 이 진 몽환회랑이 이번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 몽환회랑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2편의 후일담 던전인 몽환회랑의 업그레이드판으로, 몽환회랑과 하늘의 궤적 the 3rd의 환영의 나라를 합쳐놓은 듯한 시스템입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섬의 궤적 시리즈의 모든 것을 활용한 컨텐츠인데, 섬의 궤적 시리즈에 나왔던 모든 캐릭터로 (오버라이즈와 기신을 제외한) 섬의 궤적 시리즈에 나왔던 모든 시스템을 동원해 섬의 궤적 시리즈에 나왔던 모든 강적들에 도전하게 됩니다.



우선 가장 중심이 되는건 던전입니다. 메인 스토리와 상관없이 해당 스토리 시점까지 파티에 합류했던 모든 캐릭터로 파티를 자유롭게 편성해 총 아홉 계층으로 이뤄진 던전을 진행하게 되며, 처음 네 계층은 스토리의 진행에 따라 한 계층씩 해방됩니다. 각 계층은 3개에서 6개 정도의 맵으로 이뤄지며 각 층엔 전작들의 수배마수 역할을 하는 수호마수라는 서브 보스들이 있고, 중간지점과 최종지점엔 시리즈 중 나왔던 강적들을 재탕한 메인 보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보스급 적들을 쓰러뜨리면 아래에서 설명할 봉인석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각 계층은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한번씩 클리어하게 되고, 한번 쓰러뜨린 적들과 연 보물상자는 다시 나타나지 않지만, 거점에서 언제든 진행상태를 리셋해 다시 도전할 수 있으며 이때 보스와 보물상자들도 모두 리셋됩니다.



던전 안의 보물상자에선 시련의 열쇠나 책, 레시피를 포함한 고정 아이템은 물론 각종 쿼츠와 상위 장비, 액세서리를 랜덤하게 얻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키 아이템의 경우 중복으로 나오진 않으며, 액세서리와 쿼츠를 제외한 장비품은 파티에 있는 캐릭터의 장비만 나오기 때문에 키우지도 않는 뜬금없는 캐릭터 장비가 나와서 짜증날 일은 없습니다.


던전에는 그 외에도 몇가지 특수 장치들이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수배마수급 서브보스들도 있고, 들어가면 항상 암흑, 봉기, 봉마, 화상 상태가 되는 필드도 있고, 현재 파티에 없는 캐릭터들만으로 랜덤하게 구성되는 파티로 보스급 적을 쓰러뜨려야 열 수 있는 보물상자도 있습니다. 또한 세피스나 경험치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적들과 오브젝트들로 가득한 특수한 맵으로 이어지는 게이트도 있습니다.



진 몽환회랑의 거점인 시작의 원형정원에선 파티 구성 외에도 소비 아이템 및 장비 구입, 쿼츠 조합, 슬롯 개방, 상위 아이템으로의 교환, 회복, 낚시 등 게임 진행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상점에선 현실 세계보다 훨씬 강력한 캐릭터 전용 장비들을 팔고 개조할 수 있기 때문에 교환용 아이템들을 제외하면 모든 쇼핑은 여기서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2편의 시련의 상자처럼 고정 파티로 보스급 적들에 도전하는 시련의 문에 도전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중요한 요소로 봉인석의 해제가 있습니다. 봉인석은 하늘의 궤적 3rd의 '문'을 떠올리게 하는 시스템입니다. 금색, 푸른색, 붉은색, 은색의 네 종류가 있는데, 금빛에선 진 몽환회랑 전용 캐릭터를, 푸른 봉인석에선 스토리와 연관된 에피소드들을, 붉은 봉인석에선 미니게임을, 은빛 봉인석에선 랜덤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겉보기에만 뽑기지, 기본적으로 은빛 봉인석을 제외하면 각 계층에서 얻을 수 있는 봉인석의 개수와 내용물은 고정이며, 아이템도 이미 봉인석을 얻는 시점에 어떤 아이템이 나올지 결정돼있어 사실상 뽑기라곤 할 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스토리 진행 중 퀘스트가 빠진 대신 미션이라는 과제가 있습니다. 미션에는 몽환회랑을 몇층까지 돌파한다던지, 각종 노트를 몇퍼센트까지 채운다던지, 에피소드 몇개를 본다처럼 고정된 과제인 마스터 미션도 있고, 특정 캐릭터 조합으로 전투에서 몇번 승리한다던지, 특정 캐릭터의 크래프트를 사용한다던지 하는 몽환회랑을 들어갈때마다 바뀌는 미션도 있습니다.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가 많은 만큼 여러 캐릭터를 사용하도록 시스템적으로 최대한 유도하는 느낌인데, 던전을 돌 때 키울 캐릭터를 보조 슬롯에 데리고 다니는 방법도 있고, 경험치를 올려주는 소비 아이템을 전리품이나 미션 보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얻을 수 있어서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미션을 클리어하면 고급 장비나 고급 쿼츠 등의 아이템과 환몽의 조각, RP를 받을 수 있습니다. 환몽의 조각은 몽환회랑에서 소비해 여러가지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데, BP 최대치 증가나 배리언트 레이지를 강화처럼 본편 스토리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있고, 몽환회랑 보조 파티 슬롯을 늘린다거나, 회복 장치의 성능을 강화한다거나, 폼폼 미니게임 상대를 늘린다거나 하는 몽환회랑 전용 요소도 있습니다. 물론 환몽의 조각은 회차 반복 플레이 없이도 모든 기능을 강화하고도 남을 정도로 넉넉히 주지만, 시스템적인 강화는 레벨이 높아질 수록 필요한 환몽의 조각 수가 엄청나게 늘어나기 때문에 진행하기 편한 쪽으로 우선순위를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RP는 전작에서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주던 그 평가 포인트입니다. 몽환회랑 미션 외에도 "보스전을 몇턴 이내로 클리어해라" 같은 조건을 달성해서 받을 수 있으며, 몽환회랑에서 보고했을 때 특정 점수 이상이 되면 랭크가 올라가면서 강력한 아이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고 랭크까진 총 700점이 필요해서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RP를 주는 미션은 인물도감이랑 상자 모두 열기 퀘스트 정도를 제외하면 어지간해선 안놓치고 다 클리어할 수 있고, 보스전의 조건도 초회차 나이트메어 이런 극한 도전이 아니라면 크게 어렵지 않은 수준이라 충분히 최고랭크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니라 10월 1일자 업데이트로 메인 스토리를 클리어하고 나면 나머지 다섯 계층이 해방되어 2편의 후일담처럼 진 몽환회랑이 중심이 되는 추가 스토리를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진행 방식은 똑같아서 봉인석들을 얻어 캐릭터, 스토리, 미니게임을 언락할 수 있는데, 보스급 미만의 강적들을 쓰러뜨리면 봉인석 외에도 랜덤하게 각 캐릭터의 전용 최강 액세서리를 만들 수 있는 재료를 주며, 각 계층을 클리어할 때마다 스토리 이벤트가 나옵니다. 이 시점까지 오면 주력 파티는 이미 강해질대로 강해져서 때문에 노멀 난이도 수준에선 끝까지 무난히 클리어할 수 있는데, 이를 대비한 도전 요소로 적들의 레벨을 증가시킬 수 있는 옵션도 추가해뒀습니다.


앞으로 뭔가 더 업데이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 기준으로도 진 몽환회랑 시스템은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진 몽환회랑은 새로울게 하나도 없이 시스템 자체도 전작에 있던 컨셉을 발전시킨 수준이고, 던전의 보스같은 내용물도 전작에 나왔던 것들을 우려먹은 물건입니다. 하지만 스토리 클리어 후 난이도 올려서 회차 반복 플레이밖엔 할게 없었던 시리즈에 처음으로 클리어 후 파고들기 컨텐츠가 추가됐고, 이번 작이 시리즈를 한번 정리하는 작품인만큼 저 우려먹기라는 것도 오히려 반갑게 느껴졌거든요ㅋㅋㅋ 사실 영웅전설 시리즈를 제외하면 이스나 쯔바이 계열 작품쪽은 파고들기 컨텐츠도 그럭저럭 있는 편인데, 이번작 이후 이 시리즈에도 이런게 정착할 수 있을지 기대되네요.



스토리 내용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동안 미뤄왔던 크로스벨의 독립입니다. 전작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했는데 이걸로 게임 하나 분량 스토리가 나오냐 싶겠지만, 궤적 세계관 공인 저주받은 도시 크로스벨답게 그렇게 쉽게 풀릴리가 없죠. 도입부에서 크로스벨 독립 선언식날 전임 충독 루퍼스가 감옥에서 탈옥하고 추종자들과 함께 선언식을 뒤집어 엎는걸로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됩니다ㅋㅋㅋ 로이드를 포함한 특무지원과 일행이 맞서보지만 감옥 안에서 뭘했길래 그렇게 세진건지 또 깨져서 다시 한번 뿔뿔이 흩어진 도망자 신세가 되고, 린을 포함한 토르즈 7반, 에스텔 요슈아를 포함한 유격사 등의 협력자들과 연계해 다시 한번 루퍼스 일당으로부터 크로스벨을 되찾는게 큰 흐름입니다. 



로이드와 린 파티 말고도 C가 주인공이 되는 파티가 하나 더 있는데, 이쪽은 신생제국해방전선의 리더 C와 작품 내의 소설 '3과 9'의 주인공인 스윈과 나디아, 로젠베르크 공방의 인형인 라피스로 이루어진 신생 캐릭터 파티입니다. 비밀 조직으로부터 도망쳐 해결사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스윈과 나디아가 C에게 라피스가 담겨있는 트렁크를 전달하는 의뢰를 받았다가 C에게 고용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이 C가 또 크로스벨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라 일행을 이끌고 크로스벨로 향하면서 메인 스토리와 엮입니다. 첫 인상은 캐릭터 디자인이나 설정이나 대사나 하나같이 시리즈 최고로 심하게 노골적인 느낌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플레이하다 보니 그냥저냥 적응되더군요.



스토리가 크로스벨이 중심이 되는만큼 주인공 셋 중에서도 로이드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지며, 린은 큰 줄기에선 조연에 가깝고, C 일행은 비중은 많이 챙겨주지만 이후 작품에서 써먹을 캐릭터 기틀을 잡는다는 느낌입니다. 스토리 분량 면에서나, 스토리 전개 면에서나 로이드를 포함한 특무지원과를 굉장히 잘 대우해주고 있고, 스토리 전개도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로 스토리의 마지막까지 크로스벨편의 소재를 활용하고 있어서 크로스벨편을 좋아한다면 굉장히 만족스러울겁니다. 



이번 작의 스토리는 크게 일 안벌이고 전체적으로 '마무리'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스토리의 대부분이 큰 곁가지 없이 크로스벨 독립이란 사건 하나에 집중돼있고, 이번 작의 진행 도중 벌어진 주요 사건은 다음작으로 안미루고 모두 이번 작 안에서 마무리가 됩니다. 또한 진 몽환회랑에서 볼 수 있는 사이드 스토리를 활용해서 본편에서 큰 비중이 없었던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양념처럼 다루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한번 끊고 가는만큼 소외되는 캐릭터가 없도록 최대한 노력했다 싶군요.


이렇게 기존 스토리에서 마지막 하나 남은 구멍도 메꿨고, 다음 편의 주 무대가 될 장소와 사건도 간단히 예고하고, 다음 편에서 활약할 캐릭터도 간단히 소개했으니 캐치프레이즈는 지켰다고 볼 수 있겠네요. 다만 패키지 일러스트에까지 나와서 비중이 클 줄 알았던 결사의 맹주는 에필로그까지 와서야 잠깐 얼굴을 비출 정도로 비중이 없습니다. 뭐 일러스트 말곤 별다른 언급이 없었으니 속인건 아닌데 플레이한 입장에서 속았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네요ㅋㅋ



총집편답게 플레이할 수 있는 미니게임도 다양한데, 각 에피소드를 클리어하면 아이템이나 복장을 받을 수 있고 미션 조건 중에도 미니게임을 클리어하는게 있으니 진행 가능해질 때마다 플레이해두면 좋습니다. 종류로는 이미 여러번 나왔던 VM, 폼폼, 궤적 상식 퀴즈말고도 마법소녀 매지컬 알리사와, 프로젝트 튀르핑, 미슐람 해변에서 보내는 휴가라는 세가지가 새롭게 들어왔습니다. 이 중 프로젝트 튀르핑은 새로운 기갑병을 완성시키기 위해 발리마르를 몰아본 경험이 있는 린이 테스트에 협력한다는 스토리로 진행되는 액션 게임입니다. 일단은 기갑병 튀르핑을 가지고 적 기체와 싸우는 액션 게임 형식이긴 한데, 이스나 제나두를 만들던 짬은 어디가고 미치도록 느릿느릿하고 뻣뻣하게 움직이도록 만들어서 무지 답답합니다.


나머지 두개는 좀 당황스러운 물건인데, 매지컬 알리사는 섬궤2 이후 밈으로 써먹던 그걸 정말로 게임 내로 가져와서 마법소녀 알리사와 후배들이 협력자들과 힘을 합쳐 마계황자 린과 맞서는 스토리의 슈팅 게임입니다. 스토리와 연출은 차마 눈뜨고 못봐주겠고, 게임 자체도 재미가 없어서 플레이 하는 내내 한숨이 나오지만 난이도는 낮은 편이니 아이템 보상을 위해서 클리어하는게 좋습니다. 그리고 미슐람 휴양은 세가지 미니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데 그중 하이라이트가 여자 멤버랑 칵테일 마시면서 1:1 데이트를 하는 것으로 이게 사실상 이번 작의 인연 이벤트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내가 지금 플레이하는 게임이 팔콤 RPG인가 여대생 프라이빗인가 섬란카구라인가 혼동하게 되는게 포인트인데, 솔직한 감상으론 DOA급으로 그래픽 못뽑는 회사는 이런거 하면 안된다고 하고싶네요... 일단 본편엔 7반편만 들어있지만, 유료 DLC로 특무지원과편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주는 아이템도 수영복 복장 빼곤 없는만큼 객관적으로 절대로 돈값하는 물건은 아니니 구입할지 넘길지 잘 판단해서 결정합시다.



본편을 클리어하면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특전을 이어받아 회차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회차를 넘기지 않고도 여전히 진 몽환회랑은 플레이할 수 있는데다, 최강 장비도 한번에 다 만들 수 있고, 인연 이벤트도 없기 때문에 전작들에 비해 회차 플레이의 가치는 떨어집니다. 덤으로 총집편답게 그동안의 섬의 궤적 시리즈의 모든 일러스트를 포함한 여러 특전 일러스트를 메인화면에서 볼 수 있고, 모델링에 뭐가 그리 자신있는지 VR까지 적용 가능한 캐릭터 모델 뷰어도 있습니다. 저런거 대신 시리즈 전체 OST 감상같은 요소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쉽군요.



플레이하기 전부터 기대치가 낮았고 실제로도 건질거라곤 크로스벨과 진 몽환회랑 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클리어하고 나니 시리즈를 따라온 입장에선 그럭저럭 만족할 수 있는 물건이었습니다. 크로스벨이 메인으로 다뤄지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특무지원과 파티를 다시 메인으로 쓸 수 있어서 좋았고, 진 몽환회랑도 본질은 우려먹기지만 시리즈를 한번 정리하는 작품이 쓸 수 있는 바람직한 반칙이란 느낌이라 오히려 긍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신캐릭터들도 첫 인상은 굉장히 나빴지만 플레이해보니 캐릭터성이 뭐 최악까진 아니었다 싶고, 서비스로 현 시점 작중 최강 캐릭터인 맥번을 메인 캐릭터로 플레이할 수 있게 해준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ㅋㅋ 전체적인 인상은 스토리가 산으로 갔다고 느껴지는 전작 섬의 궤적 4보단 훨씬 낫다는 느낌이에요.


시작의 궤적을 끝으로 팔콤의 플4 세대 게임은 마무리가 됐습니다. 기술적인 발전 속도가 언제나 남들보다 한 세대는 늦지만, 그래도 세대가 넘어갈 때마다 언제나 작품에 확실한 변화가 있었던만큼 최소한 팬 입장에선 다음 세대도 기대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궤적 시리즈는 무대도 인물도 크게 한번 물갈이를 할 것처럼 보이는만큼 이번에야말로 한동안 쉬게 될 것 같은데, 스토리와 그래픽 말고 시스템 쪽도 간만에 손을 좀 보면 어떨까 싶네요. 물론 지금 시스템도 굉장히 오래 다듬어온만큼 완성도도 높고 실제로 플레이하기도 재밌는 시스템인건 맞는데, 어쨌든 기반 시스템이 10년이 넘어가다보니 살짝 질리는건 어쩔 수 없단말이죠. 전투 밸런스만 봐도 어느정도 한계에 온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팔콤이 기술적인 면은 몰라도 시스템적인 면에서 아직 헛발질을 한적은 없으니 한번 기대해봐도 되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