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판타지 15
플레이 시기 - 2016년 11월 ~ 2019년 5월
플레이 타임 - 본편/DLC 총합 약 150시간
이 게임을 생각하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아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파판10&10-2 리마스터의 소감을 남기면서도 같은 말을 했지만 이 게임은 정 반대의 의미로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ㅋㅋ...
가장 먼저 이 게임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봅시다. 맨 처음 2006년에 파이널 판타지 13은 '파뷸라 노바 크리스탈리스 파이널 판타지(Fabula Nova Crystallis Final Fantasy)'라는 이름으로 파이널 판타지 13, 파이널 판타지 13 베르서스, 파이널 판타지 13 아기토의 세 작품으로 나뉘어 기획됐습니다. 크리스탈과 신화가 중심이 되는 비슷한 세계관을 가질 뿐 각자 장르도 다르고 기종도 PS3과 PSP로 다른 세 작품으로 발매될 예정이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 발매가 미뤄지고 계획도 바뀌는 사이 아기토는 파이널 판타지 영식이 되었고, 베르서스는 끝없는 연기 끝에 파이널 판타지 15가 되어 실제로 13이란 이름을 달고 발매된건 파이널 판타지 13 하나뿐이었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전통의 ATB 시스템을 그럭저럭 신선한 방식으로 계승한 13과는 달리 13 베르서스는 킹덤하츠처럼 완전한 ARPG로 기획된 물건이었습니다. 킹덤하츠 시리즈는 PS2 시절 ARPG의 정점인 2파이널믹스+를 포함해서 시리즈 모두 ARPG로서의 완성도는 훌륭한 편이고, 개발도 그 킹덤하츠 시리즈의 노무라 테츠야가 총 지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13 본편 이상으로 기대를 받던 작품이었죠. 게다가 이게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공개된 트레일러 영상을 봤을 때도 팬들이 모두 만족하고 납득할 수준의 물건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작품이 도무지 나올 기미가 안보였다는겁니다ㅋㅋㅋ
PS2와 PS3의 세대교체기였던 2006년에 발표된 작품이 연기에 연기에 연기를 거듭한 끝에 결국 PS3 세대를 넘겨버렸고, 타이틀도 13이 라이트닝 사가로 완결되면서 더이상 파이널 판타지 13 베르서스가 아닌 파이널 판타지 15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감독인 노무라는 13 베르서스만큼이나 기약이 없었던 킹덤하츠3으로 투입되면서 13 베르서스의 지휘는 타바타 하지메가 맡게 되었고, 시나리오 작가도 파이널 판타지 10의 노지마 카즈시게에서 디시디아 시리즈의 시나리오를 담당한 작가에게로 넘어갔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이 게임을 팬들이 직접 만져볼 수 있게 된 것은 2015년 초. 한때 파이널 판타지 13으로 함께 묶였던 파이널 판타지 영식의 HD판이 발매되면서 파판15의 데모가 파이널 판타지 15 에피소드 더스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한정 배포되었습니다. 에피소드 더스카는 처음 배포 후 데모 주제에 한글 패치, 시스템 변경 + 컨텐츠 추가라는 메이저급 업데이트 패치까지 하면서 나름 공을 들인 물건이었는데, 팬들의 반응은 시스템적인 면에서 조금 미묘하긴 하지만 본편을 기대해볼만 하다 정도였습니다. 뭐 최소한 신디 오룸의 캐릭터 디자인과, 라무 소환 장면의 압도적인 박력, 나중에 Somnus란 이름이 붙은 메인 테마만큼은 모두들 호평이었고요.
이어서 2016년 3월에는 플래티넘 데모라는 이름으로 공개 데모가 풀렸는데, 이쪽은 어린 녹티스를 가지고 기본 조작 정도만 해보다가 마지막에 보스전 하나만 가능한 수준의 단순한 물건이었습니다. 에피소드 더스카와 비교하면 성의라곤 느껴지지 않는 미묘한 물건이었습니다만, 어쨌든 본편 발매 몇 개월을 앞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러려니하고 넘어간 팬들이 많았죠. 체험판들 말고도 15 본편 이전 시점을 다룬 3D 영화 킹스글레이브가 나왔고, 마찬가지로 녹티스와 동료들이 친해진 계기를 다룬 다섯편짜리 짧은 애니메이션 브라더후드가 나왔습니다. 둘 다 게임 예고편에 가까운 작품이었지만 파이널 판타지 7 어드벤트 칠드런때보다 더욱 발전한 킹스글레이브의 CG는 훌륭했습니다. 물론 그걸 보면서 저 정성을 본편에 좀 더 들이지 그랬냐는 반응도 많았죠ㅋㅋㅋ..
2016년 11월 29일, 마침내 파이널 판타지 15 본편이 발매되었습니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발매된 이후에도 이 게임에는 수 많은 업데이트와 DLC가 출시됐습니다. 단순 버그 수정이나 편의성 개선 수준이 아니라 메이저급 새로운 시스템의 추가도 많았고, 비판받던 스토리를 어떻게든 보완하기 위한 DLC도 여럿 나왔으며, 다른 게임과의 콜라보레이션 퀘스트도 있었습니다.
첫 시즌 패스는 녹티스의 동료들이 주인공이 되는 글래디올러스, 프롬토, 이그니스편과 멀티플레이어 확장팩인 전우로 계획되어 있었고, 스토리의 전개를 볼때도 처음 기획했던 파이널 판타지 15의 마지막 컨텐츠는 이그니스편이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시즌 패스 컨텐츠가 다 추가되고도 여전히 어정쩡했던 스토리와, 만들어놓고도 써먹지 못한 여러 컨텐츠들이 자기들도 못내 아쉬웠는지, 그 이후에도 게임 내에서 설문조사까지 해가면서 본편의 완전판격인 로얄팩과 파이널 판타지 15의 진정한 결말을 다룬다는 DLC들이 계획된 시즌 패스 2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올해 초, 감독인 타바타의 퇴사와 함꼐 예정된 DLC의 대부분이 취소되어 3월 26일에 에피소드 아딘편만이 발매되고 나머지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 발매되는 것으로 파이널 판타지 15는 마무리가 됩니다. 그렇게 이 게임은 첫 발표 이후로 12년 동안 개발했지만 끝끝내 완성되지는 못한, 시리즈에서 가장 파란만장한 역사를 가진 작품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 게임을 데모 시절이던 에피소드 더스카부터 시작해서 본편도 얼티밋 박스판을 예약구매해 처음 나왔을 때부터 플레이했고, DLC도 마지막까지 나올 때마다 한편 한편 플레이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플레이하면서 단 한번도 만족스럽다고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사실 '그래 어디까지 가나 보자' 하는 심정으로 오기로 플레이했다는게 더 적절할 것 같네요. 그렇게 예정된 모든 컨텐츠를 클리어하고 나니 마지막으로 이제 모든게 정리된 버전을 기준으로 다시 한번 플레이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올해 5월, 2016년 12월 18일에 본편을 처음으로 클리어한지 2년 반만에 본편 2회차를 진행해서 5월 6일에 총 플레이타임 130시간으로 게임을 완전히 마무리지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게임은 정말 실망스러운 게임입니다. 게임이 단순히 못만들어서 실망스러운게 아니라 분명 좋은 부분들이 많은데도 전체를 놓고 보면 뭔가 '잘못' 만들어져 있어서 실망스럽습니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소감인데, 파판15의 마지막 버전은 수많은 업데이트와 DLC를 거치면서 처음 발매됐을 때와 달라진 점이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이제와서 초기판을 기준으로 얘기해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 모든 소감은 최종판을 기준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우선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현대식 오픈월드를 도입했다는 점입니다. 게임은 총 14 챕터로 이루어지며 8 챕터까진 오픈월드 방식, 9 챕터 이후론 일자진행 방식인데 엔딩 이후에는 챕터 선택도 가능해져 다시 오픈월드 챕터로 돌아가서 플레이할 수도 있습니다. 오픈월드는 13 시리즈의 완결편에 해당하는 라이트닝 리턴즈에서도 어설프게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만, 이번작은 본격적으로 녹티스 일행의 여행이란 컨셉에 맞춰 비공정 대신 자동차 레갈리아와 초코보를 타고 돌아다니며 낮과 밤이 실시간으로 바뀌는 커다란 맵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스토리 퀘스트와 사이드 퀘스트를 진행합니다.
이 게임에 대한 비판 중엔 오픈월드 자체에 대한 비판도 많고, 그 중에서도 특히 오픈월드 맵 탐색의 가장 큰 동기라 할 수 있는 서브 퀘스트들의 퀄리티가 대부분 한심하단 점에는 모두가 동의합니다. 아이템 획득, 몬스터 토벌, 사진 촬영, 숨겨진 던전 클리어 등 종류는 많습니다만 대부분이 내용은 의미없고 진행은 재미없고 스토리랑은 어울리지 않는 쓰레기들 뿐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관은 개구리를 잡아오라는 퀘스트인데, 퀘스트 라인의 마지막엔 아무런 힌트도 주지 않고 월드맵 전체를 뒤져서 총 다섯 마리를 찾아야 합니다. 하도 작아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같은 화면에 들어왔을 때야 들리는 울음소리를 감지해서 찾으라는건데,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병신이랑 같은 세상에서 숨쉬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그래도 맵 디자인적인 측면과 파고들기 면에서는 그럭저럭 볼거리도 많고 할거리도 많습니다. 필드를 돌아다니거나 캠프를 하다 받게되는 사이드 퀘스트도 있고, 마을에서 받을 수 있는 몹 헌트 토벌 퀘스트와 매일 바뀌는 기간 한정 토벌 퀘스트도 있습니다. 무기를 모으기 위해 갈 수 있는 숨겨진 던전들도 있고, 녹티스로 록맨 수준의 플랫포밍 조작을 요구하는 역대 최악의 도전 던전 피티오스 유적이란 던전도 존재합니다. 미니 게임인 낚시는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이것만 따로 떼서 VR 게임이 나올 정도로 장잉정신이 들어간 물건이라 취향에 맞다면 몇시간 정도는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냥 단순히 맵을 탐색하는 것도 맵 구조가 입체적이지만 돌아다니기 불편할 정도는 아니고, 초코보와 레갈리아 오프로드 주행/비행 모드가 이동을 보조해주며, 맵 구석구석 빠른 이동이나 자동 이동이 가능한 포인트들도 많아서 단순 탐색과 목적지 이동에 대한 편의성은 다른 오픈월드 게임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야생의 몬스터들 배치도 맵 구석구석 잘 되어있어서 맵이 휑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으며, 낮과 밤의 변화에 따른 비주얼 표현도 괜찮은 편입니다.
하지만 굉장히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는데 플4 기본 내장하드 기준으로 로딩이 용납이 안될 수준이라는 겁니다. 좀 떨어진 곳으로 빠른 이동을 시도하면 과장 안보태고 1분 정도를 로딩 화면 보면서 손가락 빨고 기다려야합니다. 오죽했으면 차라리 노래라도 들을 수 있는 레갈리아 자동 주행이 빠른 이동보다 낫게 느껴질 정도일까요. PC나 플4판이나 SSD를 달고 플레이하지 않는 이상 빠른 이동은 로딩때문에 별로 빠르지 않습니다ㅋㅋ
전투 시스템은 조금 애매한 ARPG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단순화된' ARPG라고 해야할까요. ARPG의 핵심은 공격과 회피(또는 방어)인데, 이 게임은 이 두 가지가 굉장히 단순화되어 있습니다. 공격은 공격 버튼을 연타할 필요 없이 누르고 있으면 알아서 공격이 계속 나가고, 회피는 적의 공격을 직접 이동하거나 점프해서 피할 필요없이 회피 버튼을 누르고있으면 알아서 MP를 소모해서 회피합니다. 캐릭터의 이동 조작은 ARPG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굼뜨고 제한적이라 답답한 느낌을 주는데, 이 점에 대해선 앞서 언급한 피티오스 유적을 진행해보면 뼈저리게 느낄 수 있습니다ㅋㅋ
그래도 직접 전투를 플레이해보면 그렇게 나쁘진 않습니다. 일단 공격쪽은 꽤 다채롭습니다. 처음엔 녹티스만을 조작하도록 의도된 게임인만큼 녹티스는 게임 내의 모든 무기를 장비해서 사용할 수 있는데, 기본 무기로 검, 대검, 창, 쌍단검, 총, 방패 등이 존재하고, 스토리상 얻게 되는 특수 무기로 팬텀 소드들이 존재합니다. 각 카테고리의 무기들 모두가 고유한 액션을 가지고 있고, 이런 무기들을 동시에 네개까지 장비해서 실시간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공격도 다양한 방식으로 전투를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방어쪽도 단순히 회피만 하는게 아니라 적이 특수한 공격을 시도할 때 화면에 뜨는 회피 버튼을 타이밍 맞춰서 누르면 패리 후 강력한 반격이 가능합니다.
녹티스의 핵심 능력으로는 시프트와 팬텀 소드 소환이 있습니다. 시프트는 MP를 소모해 무기를 던지면서 순간이동을 하는건데 적에게 던져서 시프트 브레이크라는 강력한 공격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회피나 시프트로 소모된 MP는 알아서 회복되지만 맵에서 시프트를 할 수 있는 포인트로 잠시 피해있으면 한번에 회복됩니다. 팬텀 소드 소환은 각성 모드 개념인데 오리지널 기준으론 별거 없지만 로얄팩에서는 진 팬텀 소드 소환이 생겨 동료들은 옆으로 치워두고 커맨드 게이지를 직접 사용해서 온갖 강력한 필살기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럭저럭 폼도 나고 조작하는 재미도 있는게 괜찮은 추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료들은 킹덤하츠 시리즈와 비슷하게 기본적으로 자동으로 전투를 보조하며, 커맨드 게이지를 사용해서 적을 공격하거나 아군에게 버프를 거는 특수 기술들을 사용할 수 있고, 로얄팩 이후론 플레이어가 동료들을 직접 조작할 수도 있습니다. HP도 전투가 진행되면서 최대치가 조금씩 깎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상시 회복 상태고 전투 도중 아이템도 자유롭게 사용가능한데다 전투 불능이 되어도 동료가 회복을 시켜줍니다. 덕분에 어지간한 전투에선 좀비 전법이 가능해서 난이도가 많이 낮아집니다.
시리즈의 필수 요소인 마법과 소환도 존재합니다만 이번 작에선 완전히 덤입니다. 마법은 맵에서 엘리먼트를 추출하고 여러 소재와 섞어서 불/얼음/번개 속성의 공격 마법을 추가 효과와 함께 만들어내고 장착해서 전투 중 투척할 수 있는데, 수류탄같은 소모품 느낌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즉, 사용 횟수가 정해져있고 다 쓰면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정말 특수한 상황에서나 써볼만 한데, 사실 아예 안쓰고도 이 게임의 모든 적들을 아무런 문제없이 때려잡을 수 있고 제가 그랬습니다. 정말 잘 조합하면 레벨링엔 써볼 수 있다는데 그럴바엔 그냥 몸으로 떼우고 맙니다.
소환쪽은 전투 도중 랜덤하게 발동 가능한 상태가 되어서 발동 시키면 강력한 공격을 하고 사라지는데, 연출도 임팩트있고 한번 발동하면 주변 적을 완전히 쓸어버리지만 소환 시점이나 소환수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없기에 마찬가지로 별 의미없는 들러리에 가깝습니다. 단 카방클은 이지 난이도에서 녹티스가 전투불능이 되면 자동으로 발동해서 녹티스를 회복시키고 온갖 버프를 걸어줍니다.
근데 전투가 재밌으려면 시스템 말고도 이걸 활용해볼만한 적절한 적들이 있어야 하는데, 이 게임의 난이도는 적들에 비해 캐릭터가 너무 강해져서 후반으로 갈 수록 밋밋해집니다. 임팩트 있어야 할 보스전들은 이프리트를 제외하면 몽땅 이벤트 전투 수준이라 의미가 없고, 도전 던전도 네모 반듯한 방만 수십층을 만들어놓고 적들은 재탕으로 채워둔 무성의한 던전인데다, 토벌 후반부의 강적들도 거의 다 일반 몬스터의 재탕이라 인상에 남질 않습니다. 심지어 초기판 기준 최강의 보스인 아다만타이마이는 말그대로 산 같은 덩치랑 1시간을 때려야하는 맷집만 인상적이지, 공격이라곤 우워어 소리지르기밖에 없는 시리즈 역대 최악의 병신 보스. 그나마 로얄팩에 추가된 숨겨진 보스 오메가는 엄청나게 강하긴 합니다. 사실 이놈도 재미가 있냐고 물으면 튼튼하기만 더럽게 튼튼하지 패턴이라곤 파동포랑 돌아다니면서 로드킬 하는것 밖에 없는 단순한 놈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풀 스펙의 캐릭터로 싸워볼만한 놈이 나중에라도 추가된 점은 다행이네요.
종합적으로 말해서 전투는 단순화된 ARPG지만 충분히 완성도는 있는 수준입니다. 다만 그런 완성도 있는 시스템을 활용할만한 인상 깊은 적이 부족한게 아쉽습니다.
캐릭터의 성장 요소는 레벨업과 어빌리티 습득이 있습니다. 어빌리티는 전투 중 얻는 AP를 소모해서 10편의 스피어반이나 13편의 크리스탈리움처럼 원하는 어빌리티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전투나 탐험에 도움이 되는 각종 패시브 능력, 동료의 전투 커맨드와 회복 같은 보조 기술, 액세서리 슬롯 추가 등 쓸만한게 많아서 빨리 얻어두면 도움이 되는데, AP 획득량에 비해 요구량이 너무 많아서 뭘 먼저 배울지 머리를 잘 굴려야 합니다.
레벨업 방식은 경험치를 쌓아만 뒀다가 캠프나 숙소에서 쉴 때 한번에 가산되는 방식입니다. 가끔 다른 게임에서도 볼 수 있는 방식인데, 솔직히 이게 무슨 의미가 있어서 이렇게 해뒀나 싶습니다. 다만 비싼 숙소에서 묵으면 경험치를 최대 3배까지 가산해준다는 점을 알아두면 레벨링에 도움이 됩니다. 레벨의 최대치는 120으로 99였다가 늘어난건데, 그래서인지 99 이후부터의 레벨업 요구 경험치가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마지막 핵심적인 보조 시스템으로 요리가 있는데 이것도 다른 게임에서도 많이 봐서 특별할 것 없는 시스템입니다. 재료를 모아서 요리를 해 먹으면 여러가지 특수 효과를 걸어줍니다. 하나 특별할게 있다면 이 게임 요리의 비쥬얼이 정말 끝내줘서 밤에 플레이하면 배고파진다는 점이네요ㅋㅋㅋ
다음은 스토리인데 간단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루시스 왕국의 녹티스 왕자가 친구들을 데리고 약혼녀 루나프레야와 결혼하기 위한 여행을 떠나는데 적대 국가인 니플하임 제국이 정전 협정 도중 뒷통수를 쳐서 나라가 망하고, 녹티스는 나라를 되찾기 위해 여행을 계속하면서 오래된 왕과 신들의 인정을 받는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모든 상황의 배후에는 제국 재상 아딘이 있었다. 아딘은 고대 루시스 왕가의 인물이지만 신들로부터 왕의 자리를 거부당한 뒤 재앙을 몰고다니는 불사신이 되어 루시스 왕가에 복수를 하려는 것이었고, 녹티스는 아딘과 결전을 벌인 뒤 아딘을 완전히 쓰러뜨리고 세계에 뿌려진 재앙을 정화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친다.
문제가 있는 부분보다 없는 부분을 집어내는게 쉬울 정도로 구멍투성이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심각하다 느끼는 것들만 얘기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여행이라는 소재가 전체 스토리와 잘 어우러지지 못합니다.
왕이 되기 위한 여행이라는 소재는 오픈월드를 탐색할 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넣었을테고, 스토리를 잘만 짰으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줬을겁니다. 문제는 제국이 침공해서 루시스가 망하는게 게임 시작하고 바로 첫 챕터에서 벌어지는데, 녹티스 일행은 약간의 시리어스한 스토리 이벤트가 끝나자마자 이전처럼 자동차 타고 사진도 찍고 심부름도 하고 낚시도 하고 캠프도 하면서 여행을 계속합니다. 나라 수도가 점령당하고, 아버지가 살해당하고, 본인도 수배당했는데 스토리 이벤트를 제외하면 정말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친구들과 돌아다닙니다. 아니 시발 아무리 오픈월드를 강조하고 싶다지만 이게 말이 됩니까ㅋㅋㅋ 가장 심각해야 할 녹티스부터가 저따위니 플레이어도 뭔가 동기부여가 안되는 김 빠진 상태로 플레이를 하게 됩니다.
차라리 제국의 침공을 오픈월드 방식에서 일자진행 방식으로 바뀌는 9챕터 정도로 옮겼으면 초반은 정말 여행하는 분위기로 오픈월드를 즐기고 후반부에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훨씬 어색함없이 몰입할 수 있었을겁니다. 어차피 녹티스는 전쟁이랑 상관없이 여행을 떠나야 하고, 제국과도 일단은 정전 상태이니 아딘이 루시스 영토에서 스토리 중간에 개입하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죠. 사건의 전후를 조금 바꾸는 것 만으로 전체 스토리가 훨씬 자연스러워졌을텐데 도대체 왜 이렇게 구성했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다음으로, 스토리의 기승전결 중 승-전이 너무 갑작스럽고 그 내용도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스토리는 8장까지 조금씩 진행되다가 9장부터 갑자기 롤러코스터급 전개를 보여주는데 그 내용이 가관입니다. 팬텀 소드와 소환수를 모아가며 겨우 약혼녀를 따라잡았더니 말 한번 나누기 전에 눈앞에서 살해당하고 이그니스가 갑자기 장님이 되면서 동료들의 사이가 개판이 됩니다. 세상의 밤이 갑자기 길어지는 와중에 타도해야 할 대상인 니플하임 제국은 뭐 앞뒤 문맥 없이 자신들이 병기로 사용하던 시해와 마도병의 폭주로 다 망해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스토리에서 제대로 싸워보기도 전에 아딘을 제외하고 아무도 남지 않게 됩니다. 동료들과 떨어진 프롬토를 구하기 위해 니플하임 제국에 쳐들어간 녹티스는 탈출 과정에서 갑자기 크리스탈에 흡수돼 소환수 신들의 리더인 바하무트와 만나게 되고 니가 희생해야 아딘을 쓰러뜨리고 이 세상의 재앙을 몰아낼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10년 후 크리스탈에서 돌아온 녹티스는 이 임무에 아무런 저항도 없이 마지막 캠프 사이트에서 동료들과 감회를 나누곤 자신의 목숨을 바쳐 세상을 구해냅니다.
이게 시발 도대체 무슨 병신같은 전개인가요. 급전개와 불친절한 텔링도 문제지만 그 이전에 근본적으로 스토리의 큰 틀이 워낙에 잘못되어 있어서 도무지 납득을 할 수가 없습니다.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다고 할 것도 없이 그냥 다 잘못됐어요 다. 원 스토리 작가가 파판10을 썼던 사람이라 그런지 과거부터 이어진 재앙을 몰아내기 위해 플레이어가 희생한다는 큰 줄기는 파판10스러운 느낌이 드는데, 최소한 티다는 유나의 희생이란 운명에 저항해서 본인은 희생했지만 유나를 구해냈습니다. 하지만 파판15는 그런거 없이 루나도 의미없이 소모해버리고, 녹티스도 "막상 때가 되니 너무 괴롭다", "니들이 최고야" 두 마디만 남기고 바하무트가 시키는대로 자신을 희생합니다. 파판15 발매 15년 전 게임과 비교해도 수준이 한없이 떨어집니다.
캐릭터의 활용도 개판인데, 가장 큰 피해자가 히로인 루나프레야입니다.
루나프레야는 녹티스의 약혼녀로 신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무녀라는 세계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캐릭터입니다. 근데 앞서 스토리를 요약한대로 이 캐릭터를 아예 빼버려도 전체 스토리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정도로 스토리상 의미가 없는 캐릭터입니다. 게임 내에서 녹티스와의 교감은 전체 10분도 되지 않는 어린 시절 회상씬 몇개와 멍멍이들 통해서 편지 몇글자 주고받는게 끝이고, 겨우 녹티스가 같은 도시까지 따라잡아 드디어 만나볼 때가 되려니 서로 이야기 한마디도 나누기 전에 아딘한테 살해당합니다ㅋㅋㅋㅋㅋ 그나마 죽을 때와 죽고 나서의 연출, 로얄 에디션에 추가된 루나프레야와 오빠 레이브스의 대화 장면에는 꽤나 힘이 들어가있습니다만 죽는 순간까지 녹티스와의 교감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기에 어떤 장면을 보여줘도 아무런 감흥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에어리스와 유나를 조금씩 섞어놓은 느낌인데, 스토리 상의 비중은 히로인은 커녕 조연도 아니고 거의 엑스트라에 가까운 수준이라 저 둘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습니다. 게임 스토리에 있어 주인공, 악당 두목과 함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하는 히로인 캐릭터를 이정도로 의미없이 소모해버린 RPG는 지금까지 본 기억이 없습니다.
엉망인 스토리 속에 캐릭터의 일관성마저 사라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팀내 형님 포지션으로 든든해야할 글래디오는 소환수 신 타이탄과 싸우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갑자기 녹티스의 멱살이나 잡아대고, 킹스글레이브에선 힘만 탐하는 찌질이로 나왔던 레이브스가 본편과 DLC에서 동생을 끔찍이 아끼는 참된 오빠가 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절정은 아딘의 동생 야차왕 솜누스인데, 아딘편 발매 직전에 공개된 애니메이션 프롤로그에선 형을 속이고 형의 약혼녀마저 죽여가며 왕이 된 비열한 캐릭터로 나온 놈이 로얄 에디션과 DLC에선 아딘에 대한 가책에 시달리는 인물이 되어서 진짜 이놈들은 자기들끼리도 말을 못맞추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파판15의 스토리는 그야말로 시리즈 역대 최악이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단순히 제가 새드 엔딩을 싫어해서 그런게 아니라 그냥 정말 스토리 자체가 너무나 잘못되어 있습니다. 파판13 트릴로지도 엄청나게 욕을 먹지만 최소한 13 본편 하나만 놓고보면 이정도 수준은 아닙니다. 더 열받는건 뭔가 장면장면만 놓고 돌이켜보면 연출면에선 정말 괜찮아 보이는게 많아서, 기본 틀만 잘 잡아줬으면 정말 좋은 스토리가 됐을지도 모른단 말이죠. 트레일러나 5분짜리 몇몇 주요 장면 영상만 보면 무슨 우주 명작같은데 다 이어서 보면 답이 안나오는게 영화 배트맨 v 슈퍼맨이 떠오를 정도입니다. 게임 개발 도중 스토리 작가가 바뀌었고 그 때문에 스토리가 망가진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론 노지마가 최근에 손댄 파판10 후일담 드라마와 10-2.5 소설이 게임 원작을 존중하지 않는 쓰레기고, 인터뷰로도 15 스토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어쩌니 하는 헛소리를 한걸 생각하면 사실 거기서 거기였을거라 생각합니다.
DLC 캐릭터 에피소드로는 글래디올러스, 프롬토, 이그니스, 아딘 네편이 나왔습니다. 동료 스토리 세편은 본편 스토리 도중 녹티스와 따로 떨어져서 행동하던 시점을 그렸고, 아딘편은 본편 이전에 아딘이 제국에 니플하임 제국에 발견된 시점과 루시스 왕국에 처음으로 침공해서 레기스와 싸웠던 시점을 다룹니다. 스토리를 간단히 요약하면 글래디오편은 의미없고, 프롬토편은 재미없고, 이그니스편은 아쉽고, 아딘편은 황당합니다ㅋ 뭐, 본편이 이미 저모양인데 DLC 스토리가 잘 나오는걸 기대하는게 더 웃긴 얘기지만요. 특히 이그니스편은 본편과는 다르게 진행되는 분기도 있는데, 이 분기의 내용은 파판15 본편의 또 다른 엔딩으로 제작진이 사실상 이그니스편을 파판15란 작품의 마지막으로 계획하고 있었다는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게임 플레이면에서는 각 캐릭터의 액션 시스템이 녹티스와는 굉장히 다르게 구성되어있어 꽤나 신선한 느낌으로 플레이할 수 있으며, 1~2시간짜리 단순 스토리 진행 외에도 엑스트라 보스 배틀과 수집 요소들이 있어서 3~4시간 정도는 잡고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들긴 했습니다. 특히 이그니스와 아딘의 조작은 굉장히 가볍고 화려해서 녹티스를 조작하는 것 이상으로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처음 플레이할때나 그렇지 다양성 면에선 녹티스가 최고라 본편에 캐릭터 전환 기능이 추가된 후에도 결국은 녹티스만 쓰지만요ㅋ
유료 DLC 말고도 모그초코 카니발이라는 미니게임 덩어리 이벤트라든지, 어세신 크리드, 파이널 판타지 14, 뭔가 요상한 모바일 게임과의 콜라보레이션 퀘스트도 업데이트로 추가됐습니다. 콜라보레이션 퀘스트 모두가 1시간 정도 분량의 짧은 스토리를 포함하고 있고, 각 퀘스트별로 특수한 시스템들도 추가되어 있는데다 클리어 후 보상도 있어서 덤이란 의미로는 만족할만한 물건들이었겠지만, 본편도 끝끝내 완결을 내지 못한 시점에 덤이 나온다는 점을 곱게 바라봐줄 팬이 몇이나 있었을까 싶습니다ㅋㅋ 정성은 들였다지만 솔직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모그초코 카니발 엔딩에서 녹티스의 오랜 친구 카방클이 녹티스와 이야기하는 장면 단 하나뿐이었어요.
본편 관련 컨텐츠 외에도 전우라는 DLC가 있는데 간단히 말하면 파판15의 시스템을 이용한 헌팅 액션 게임입니다. 스토리 상 녹티스가 크리스탈에 흡수되고 끝없는 밤이 찾아온 10년동안 루시스 왕가의 친위대인 킹스글레이브가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몬스터를 토벌하는 내용인데, 최대 4인까지 파티를 이뤄서 5분 정도 걸리는 짧은 미션들을 클리어해나가는 식입니다. 본편이나 킹스글레이브 캐릭터를 NPC로 볼 수 있고, 본편에선 이벤트때나 보던 바하무트가 킹스글레이브의 충성심을 시험한다며 스토리 최종보스로 나와 싸울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긴 했습니다. 뭐, 본편의 전투 시스템이 나쁜 편은 아니었던만큼 이 시스템으로 제대로 된 전투가 가능하단 점에서 그럭저럭 재미있긴 했습니다. 로얄팩이 추가되면서 미션 업데이트도 상당히 많이 하기도 했고요. 헌팅 게임답게 소재를 모아 여러가지 무기를 업그레이드 한다는 것도 나름 재미있게 느낄 플레이어는 분명 있었을겁니다.
하지만 이 게임도 결국은 로딩이 모든걸 망쳤습니다. 본편은 그나마 로딩이 필요한 경우가 제한적이기라도 하지, 이건 헌팅 게임이라 미션 하나의 길이가 5분정도 되는데 그 5분짜리 미션을 하기 위해 로딩 1분을 기다려야 합니다. 멀티플레이어 게임에, 헌팅 게임이라 소재 획득을 위한 반복 플레이가 필수인데 로딩이 저모양이니 누가 하고싶은 생각이 들겠어요ㅋㅋ? 심지어 버그로 플레이어가 튕기거나 다른 플레이어 대기 도중 무한 로딩이 걸리거나 하는 경우도 잦았는데, 버그야 고쳐졌겠지만 결국 로딩 문제는 마지막 업데이트까지 해결하지 못했으니 그게 다 무슨 의미인가 싶네요.
Somnus
Apocalypsis Noctis
Stand By Me
마지막으로 OST는 그야말로 완벽합니다. 게임은 애매한데 OST는 훌륭했다는 평가는 파판13때도 있었고, 결코 좋은 의미라고 볼 수 없는 평가지만 정말 이번 작품의 OST는 시리즈의 그 어떤 작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수준입니다. BGM도 BGM이지만 보컬곡들은 진짜 독보적인데, 전 파판15를 통해 Florence + the Machine을 처음 접하고 바로 음반 네장을 몽땅 지를 정도로 팬이 됐습니다ㅋㅋ 특히 Stand By Me의 재해석은 게임의 스탭롤과 어우러져 이 게임의 모든 거지같음을 잊어버리고 넋을 놓게 될 정도입니다. 온라인 확장팩 전우의 주제곡인 Choosing Hope도 엄청난 포스를 내뿜는 비장한 분위기의 명곡인데, 만약 정말로 DLC 2부가 완성되서 진 엔딩이 추가됐다면 엔딩곡으로 가장 완벽했을 곡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스토리 소감때 얘기한 "장면들만 따로 떼놓고 보면 좋다"에 큰 기여를 하는게 이런 BGM들입니다. 솔직히 말해 저런 곡들 배경에 깔고 비주얼적으로 뭔가 있어보이는 장면들만 나열하면 누가 이 게임의 퀄리티를 의심하겠어요? 진짜 3년동안 볼장 다 봐서 이 게임이 얼마나 병신같은지 구석구석 다 알고있는 저도 순간적으로 혹할 정도인데요ㅋㅋ
파이널 판타지 15는 발매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렇게 처음 나왔을 땐 좋은 점도 있었지만 너무나 구멍이 많은 물건이었습니다. 발매된 이후에도 2년반이란 긴 시간동안 컨텐츠를 보강하면서 나아진 점도 많지만 팬들이 처음 가졌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모자랐으며, 최종적으론 계획했던 내용조차 게임 내에서 마무리짓지 못하고 영원한 미완성 작품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2019년 5월의 최종 버전의 파이널 판타지 15를 한 마디로 평가하면 잘 만들거나 못 만든 작품이 아닌, 그냥 아쉬운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어설픈 점이 많으면서도 플레이할 땐 분명 재밌게 했고, 전체 스토리는 개판이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은 있고, 캐릭터 활용은 더럽게 못했으면서 캐릭터 자체는 괜찮고, 그렇게 총체적 난국이면서 OST만큼은 완벽한, 그야말로 생각할 때마다 만감이 교차하는 작품입니다. 좋아하기엔 분명히 수준미달인 작품이지만 얼티밋 박스 한정판과 플로렌스 앤 더 머신 때문에라도 도저히 싫어할 수가 없네요ㅋㅋ...
어쨌든 2016년 게임을 처음 끝냈을 때부터 게임이 진정한 의미로 완결될 때까지 미루고 미뤄왔던 소감을 늦게나마 글로 남기게 돼서 후련하군요ㅋㅋㅋ 이제 파판15는 정말로 손 떼고 다신 쳐다보지도 않을 생각입니다. 안그래도 모자란 플4 하드 100GB를 쳐먹고 있는 게임 데이터도 드디어 정리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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