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파이터 4 (Street Fighter 4)
플레이 시기 : 2009년 2월~6월
플레이 타임 : 39시간 16분
지금 대전격투게임을 좋아하는 많은 게이머분들, 그 중에서도 90년대 초부터 오락실을 다니면서 게임을 즐겨오신 분들은 대부분 스트리트 파이터2를 통해 격투게임에 입문하셨을겁니다.
저 역시 그 점은 마찬가지지만, 저는 스트리트 파이터2 처음엔 오락실이 아니라 486 PC로 처음 접했습니다. 그것도 정식판도 아니고 우리나라 어떤 분이 여기저기서 데이터를 뽑아다가 만든 한글 버젼으로요.
지금 생각하면 이런저런 버그도 장난이 아니었고 재현도도 뭔가 엄청나게 조잡한 물건이지만, 스트리트 파이터가 어떤 게임인지를 느끼게 해주는데는 그정도로도 충분했죠.
거기에 원작을 좀 많이 비틀었어도 기본 설정은 비슷한 스트리트 파이터 2V라는 비디오 애니메이션을 접하면서 저는 완전히 이 시리즈의 팬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땐 이미 KOF쪽이 오락실을 장악한 시기라 꽤나 나중에 발견한 스파 제로2를 제외하면 플레이할 기기도 없었고, 대전 상대도 없었죠.
결국 제 스파 플레이는 CPS 에뮬레이터로 돌릴 수 있는 오리지널 시리즈와 이후에 CPS2 기판이 해독되고 나서 CPS2 에뮬레이터를 이용해 슈퍼2 시리즈, 제로 시리즈를 돌리는 정도로 한정습니다.
그러다 CPS3가 해독되면서 딱 이 게임이 나오기 1년 전엔 GGPO로 3rd 대전이 가능하게 되었는데 그게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에서 다른 유저와 대전해본 첫 경험이었네요.
그리고 마침내, 스파4가 아케이드에 릴리즈되고 콘솔판이 차세대기로 나온다는 발표를 듣고서 1년을 기대하고 기다린 끝에 발매 당시에 예약판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역수출 문제로 꽤나 시끄러운 정식발매였는데 운이 좋았죠.
겉모습은 3D로 바뀌었지만 게임의 진행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2D를 따라갑니다. 그렇다고 시스템까지 EX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은 아니며 여러모로 본편인 3 시리즈의 정식 후속작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조작과 시스템은 버튼 기 게이지를 이용해 2개 조합으로 발동하는 강화 필살기인 EX 필살기, 약펀치+약킥으로 발동하는 잡기, 강펀치+강킥으로 발동하는 퍼스널 액션, 기 게이지 한줄을 사용하는 슈퍼콤보 등 3rd와 비슷하지만 기 게이지의 형태가 전캐릭터 공통으로 네 칸=한 줄로 변했으며 새로운 핵심 시스템으로 세이빙 어택과 리벤지 게이지를 이용하는 울트라 콤보가 생겼습니다.
세이빙 어택은 중펀치+중킥으로 발동해 상대의 공격을 한 번 막아내면서 공격할 수 있으며, 차지가 가능해 풀차지시에는 상대에게 엄청나게 큰 경직을 줘서 온갖 콤보를 다 넣을 수 있지만 2회 이상 공격이 누적되거나 세이빙 상태를 깨는 특수한 기술들은 막아낼 수 없습니다.
또한 기 게이지 2칸을 이용해서 공격이 상대한테 닿았을 때 세이빙 커맨드를 이용해 캔슬이 가능한 세이빙 캔슬 시스템이 존재하며 이는 강제연결과 함께 스파4 시리즈 콤보의 핵심입니다.
상대에게 공격당하면 리벤지 게이지가 쌓이는데, 이게 일정 수치 이상을 넘어가면 이 게이지를 사용하는 울트라 콤보를 쓸 수 있습니다. 게이지 누적량에 따라 위력이 달라지는데, 최대로 누적했을 경우 일발역전기 수준으로 강력한 데미지를 보여줍니다. 단, 리벤지 게이지는 다음 라운드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덤으로 이 울트라 콤보의 연출은 당하는 상대의 표정부터 시작해서 하나 하나가 정말 끝내줍니다. 3D화의 위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연출들이죠.
아케이드 모드를 진행하면 중간에 짧은 이벤트가 있는 라이벌 대전을 치르게 되고 이 대전에서 승리하면 보스인 세스와 대전을 하게 됩니다.
또한 이때까지 노미스, 일정 횟수 이상 슈퍼 콤보/울트라 콤보 승리, 퍼펙트 승리 등 여러 조건을 만족하면 고우키나 고우켄이 난입해옵니다. 하지만 이 때의 고우키와 고우켄은 딱히 이렇다할 강화점이 없어서 별로 어렵진 않습니다.
신캐릭터에 대해선 솔직히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3 시리즈도 알렉스와 율리안 딱 둘을 제외하면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없었는데 이번 작도 마찬가지에요.
그나마 보스인 세스와 신캐릭터라고 하긴 애매하지만 고우키한테 살해당한게 아니라 기절해있었다는 골때리는 설정으로 드디어 플레이 가능 캐릭터로 등장한 고우켄 정도가 봐줄만하네요.
특히 세스는 듀랄같이 달심의 강펀치나 소닉붐, 승룡권, 스크류 파일드라이버 등 다른 캐릭터의 기술을 자기식으로 어레인지 해서 가지고 있는 캐릭터인데 이게 좀 싼 티는 풍겨도 꽤나 재밌었고, 특히 울트라 콤보의 연출이 끝내줘서 꽤나 마음에 들었네요. 아케이드 모드에서 1라운드는 대충 싸우다 한 번 깨지고 나면 제대로 싸우기 시작하는 컨셉도 괜찮았고.
물론 캐릭터성이 그렇다는거지, 게임 플레이시의 성능은 전부 나름대로 개성적으로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근데 엘 포르테랑 고우켄 정도를 제외하면 개인적으로는 하나같이 대전하기 까다롭고 싫은 상대들이었어요-_-;
그리고 캐릭터 선택에 대해서 하나 덧붙이자면 아직 이전 세대 콘솔 격투게임에서 이번 세대로 넘어가는 시점의 게임이라 그런지, 처음 선택 가능한 캐릭터는 아케이드판의 16명 뿐이고 이 캐릭터들로 아케이드 모드를 플레이하면서 클리어해야 모든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나머지 모든 캐릭터 클리어가 언락 조건인 세스나 그 조건을 깔고 숨겨진 보스로 난입하는 본인들을 클리어해야 언락되는 고우키, 고우켄은 상당히 귀찮아하는 유저분이 많았지요.
밸런스에 대해선 이 때 제 여건상 플레이를 길게 하지 못했고 캐릭터 랭크의 정점에 서있는 사가트를 주캐릭터로 사용한지라 어떻게 할 입장이 못됩니다; 사실 3rd 때 써오던 고우키를 주캐로 밀고 싶었는데 슈퍼콤보로 3rd 때 잘 써먹던 천마호참공이랑 멸살호파동이 사라지고 맞추려면 골치아픈 순옥살 두개만 남아서 쓰기가 애매했어요.
저기 보면 그런것 치곤 승률이 좀 나쁘긴 한데 사실 저거 하숙 생활 막 시작하면서 플3을 480i만 지원하는 외장 수신카드로 노트북에 꽂은 덕분에 화질도 개판에 화면도 작고 화면 지연까지 있었던데다, 키보드에 익숙해진 손으로 겨우 스틱 적응해서 한창 스틱으로 플레이하다 그 스틱 못갖고 와서 패드 플레이를 강요받는 등 애초부터 정상적인 플레이 환경이 못되서 그랬지 집에서 게임할 땐 꽤나 날로 먹었습니다.
게임 플레이는 말할 것도 없지만 다른 요소 역시 조금만 둘러봐도 콘솔판 이식에 엄청난 성의를 들였다는게 느껴집니다. 대전만 따져도 아케이드판에 비해 사용 가능 캐릭터도 상당히 많이 추가된 것은 물론 콘솔판만의 즐길거리도 다양합니다.
오프닝 무비만 해도 그 당시에도 입이 벌어질 정도였지만 지금 봐도 비교 대상이 별로 없을 정도로 스토리 애니메이션은 조금 짧고 게임 자체가 스토리가 별 의미가 없다는게 문제지만 퀄리티는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게임 내의 이런 영상은 물론 이런저런 일러스트를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 모드도 존재하고, 캐릭터별로 콤보를 익히는 트라이얼은 물론 플레이에 여러가지 제약조건을 주고 미션을 클리어하도록 하는 타임어택 모드나 서바이벌 모드를 모아둔 챌린지 등 오프라인 플레이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 흔적이 보입니다.
거기에 온라인 대전 역시 초기작이면서도 이번 세대 온라인 대전 환경의 모범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훌륭한 수준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유저의 대전은 물론 KT 회선이라면 대부분의 일본 유저와도 쾌적한 대전이 가능할 정도로 온라인 환경이 좋았죠.
지금은 모든 격투 게임이 온라인 대전을 지원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정도로 대전이 쾌적한 게임이라면 스파4의 후속작인 슈스파4와 아크의 블레이 블루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아크가 손댄 아르카나 하트3, 올해 발매된 버츄어 파이터 5 FS 정도 뿐이고, 패치 전의 철권6이나 KOF13처럼 온라인 때문에 감점 먹고 들어가는 게임도 널려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또한 네트워크 환경 외에도 승패 포인트, 랭킹 시스템, 나중에 나온 캡콤 격투 게임들과 철권 시리즈. P4U 등에서 볼 수 있는 칭호 시스템 등 이미 온라인 플레이가 갖출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를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거기에 시리즈 첫 한글화 퀄리티도 훌륭한 수준입니다. 시스템 자막이나 스토리, 승리 멘트는 물론 게임 내에서 볼 수 있는 기술표까지 완전 한글화가 되어있습니다.
물론 당연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전 세대에는 이런 게임이 전설적인 한글화 퀄리티를 자랑하던 YBM의 길티기어XX 샾리, 그리고 시리즈 대대로 한글화로 유명한 철권 정도밖엔 없었고, 이번 세대에도 스파4 시리즈와 블레이 블루 시리즈, 철권, KOF 13 정도 뿐이라는걸 생각하면 점수를 높게주지 않을 수가 없는 부분입니다.
스파4는 이번 세대 초기에 나온 격투게임이지만 오프라인 플레이 요소부터 시작해서 이번 세대 격투게임의 핵심인 온라인 환경까지 이 때 이미 정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후속작으로 슈스파4와 슈스파4 아케이드 에디션이 나오긴 했지만 챌린지 모드나 갤러리 모드 등 즐길 요소만 따지면 오히려 전작인 이쪽이 더 풍부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만든 물건이죠.
어쩌다보니 이젠 격투게임 플레이 스타일이 스파빠&길티팬에서 블블빠&스파팬으로 바뀌어버린지라 이전만큼 스파를 재밌게 즐기진 못하겠는데 그런 지금 다시 플레이해봐도 여전히 재미있긴 하더군요.
정말 이때까진 캡콤팬이라서 다행이라 느낄 정도로 만족스러운 회사였는데, 얼티밋 마대캡3, 비교적 최근에 발매된 아수라의 분노나 저도 구입한 스파X철권 등 요즘의 캡콤을 보고 있으면 어쩌다 이녀석들이 저모양이 됐는지 씁쓸하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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