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하츠 3
플레이 시기 - 2019년 2월
플레이 타임 - 38시간
시리즈 첫 작품인 킹덤하츠가 2002년에 나온지 17년, 전작의 완전판인 킹덤하츠 2 파이널믹스+가 2007년에 나온지 12년, 스토리 진행 순서로 가장 최신인 드림 드롭 디스턴스가 2012년에 나온지 7년, 시리즈 리마스터의 마지막 작품이자 3의 데모격인 BBS 0.2가 2.8에 끼어서 2018년에 나온지 1년만에, 마침내 킹덤하츠 3이 2019년 1월 27일 일본에, 1월 29일 북미에 발매되었습니다.
PS2로 시작한 시리즈가 세계관을 문어발로 확장하면서 기종도 PSP, DS, 3DS로 퍼졌다가 1.5, 2.5, 2.8로 리마스터되면서 다시 PS 거치기로 뭉치기도 했습니다. 세대 하나를 통째로 건너뛰면서 너무 오래 끌다 보니 안타깝게도 핵심 인물인 마스터 제아노트의 성우, 레너드 니모이씨와 오오츠카 치카오씨가 시리즈의 끝을 못보고 세상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발매일이 마침내 결정되고, 오케스트라 월드 투어에서 토이 스토리를 연주하는걸 듣곤 정말로 이제 이 게임을 할 날이 머지 않았구나 느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두가 기대해도 아무도 확신할 수 없었지만 시리즈 최초로 한글화가 결정됐습니다. 12년은 정말 길었고 그만큼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결국 그날이 왔습니다.
이미 12년을 기다린 게임 한두달 더 기다려서 한글판을 하면 어떻겠냐 싶겠지만, 한두달은 커녕 일주일도 더 기다릴 수가 없었기에 미국 아마존에서 디럭스 에디션을 주문하고도 설 연휴 때문에 늦어질까 걱정되서 DL판까지 예약구매를 했습니다ㅋㅋㅋ 그리고 플레이를 하기 3일 전, 시리즈의 메인 테마인 Dearly Beloved를 처음 들었는데 그때 느낀 감동은 진짜 지금까지 그 어떤 게임에서 느꼈던 감동과도 비교를 할 수가 없더군요. Youtube 베스트 댓글은 "그동안 기다려왔지만 이 순간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이 시리즈의 팬들을 위하여" 였는데, 당장 저부터가 고등학생 때 시리즈를 처음 접하고 지금 직장인이 되어있는데다, 안그래도 그리웠던 이 곡의 새로운 버전과 함께 저런 글을 보니 참 뭔가 차올라서...
먼저 게임 시스템부터 살펴보면 이번 작은 2편을 기반으로 합니다. 연타 및 버튼 조합으로 만들 수 있는 키블레이드 콤보, 락온, 점프와 글라이드, 가드와 회피, 공격 마법과 회복마법, 직접 조종할 수 있는 소환, 직접 조종은 못하지만 적당히 알아서 잘 싸워주는 동료 시스템은 모두 그대로입니다. 장비나 액세서리, 정해진 AP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보조 어빌리티를 장착할 수 있는 시스템, 합성 등으로 각종 능력치 업 아이템을 만들어서 캐릭터를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여전합니다.
거기에 추가적으로 포커스 게이지를 사용해 적을 록온해서 공격할 수 있는 샷 락, 키블레이드 공격과 마법 공격으로 게이지를 쌓아 강력한 공격을 날리는 BBS의 피니시 커맨드, 벽이나 지형 지물에 접촉해 빠르게 이동하거나 특수한 공격을 할 수 있는 드림 드롭 디스턴스의 프리플로우 시스템이 함께 들어왔습니다.
전작에 있었던 폼 체인지는 키블레이드 폼으로 대체되었는데, 2편처럼 원할 때 바로 변신할 수는 없고 전투를 통해 적들을 공격해서 게이지를 쌓아야 변신할 수 있습니다. 각 키블레이드마다 고유한 키블레이드 폼이 존재하며 변신 전에는 옵션으로 붙어있는 스킬 정도를 제외하면 별 차이가 없지만, 변신하면 키블레이드 공격 및 마법이 그 키블레이드가 등장한 월드의 개성을 잘 보여주는 형태로 변화하게 됩니다. 거기에 일부 키블레이드는 한번 변신한 상태에서 다시 게이지를 쌓아 2차 변신도 가능한데, 모든 키블레이드가 최종 변신 상태에서는 세모 버튼으로 강력한 피니시 커맨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각 키블레이드 폼은 파워형, 범위형, 원거리형, 마법형 등 각자의 특색이 있고, 기본 상태보다 훨씬 강력하기 때문에 이번 작 전투를 풀어나가기 위한 핵심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키블레이드의 숫자는 전작보다 많이 줄어든 편이며, 대신 키블레이드를 한번에 세개까지 장착해서 전투 중에도 자유롭게 바꿔가며 싸울 수 있고 키블레이드의 성능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도 생겼습니다.
키블레이드 폼 변신과 피니시 커맨드 말고도 세모 버튼에 할당된 특수 시스템들은 더 있습니다. 전작에서 월드의 동료들과 함께 사용할 수 있던 합동 공격이 더 발전해서 도널드, 구피와도 함께 합동 피니시 공격을 날릴 수 있게 되었으며, BBS 0.2에서 나왔던 마법 공격으로 게이지를 모으면 한 단계 상위 마법으로 피니시를 날릴 수 있는 시스템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BBS0.2때 처럼 최상위의 '자' 계열 마법들은 여전히 엄청난 임팩트와 활용도를 보여줍니다.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으로는 어트랙션이 있는데, 특수한 마크로 락온되는 적을 공격하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트레일러에도 몇번 나왔지만 조금은 뜬금없이 놀이기구를 소환해서 타면서 미니 게임 형태로 조작하며 공격하는건데, 대부분 여러 적을 한번에 공격할 수 있고 무적 상태는 아니지만 대미지도 적게 받기 때문에 캐릭터가 약한 초반에는 꽤나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 수록 효용성에 비해 전투의 흐름을 끊어먹는 느낌이 크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 않게 되고, 다른 피니시 커맨드를 사용하려다 실수로 나가거나, 보물상자를 연다거나 하는 필드 액션을 하다가 나가서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초반부터 다양한 특수 커맨드들을 사용할 수 있고, 하나하나 성능도 강력하기 때문에 전투 난이도는 많이 내려갔습니다. 밸런싱도 최상위 난이도인 크리티컬 모드가 빠지고, 프라우드 모드도 적들이 맷집만 좋지 전작들보다 훨씬 덜아프게 때리는데, 이런 점들이 시스템적인 변화와 합쳐져서 초중반의 진행 난이도는 시리즈 중 가장 쉬운 편입니다.
하지만 전작에서 전부 추가만 된 것은 아니고 사라진 요소도 있는데, 전작 전투의 핵심 중 하나였던 리액션 커맨드가 모조리 삭제됐습니다. 리액션 커맨드는 적들의 특정한 패턴에 대해 타이밍을 맞춰 세모 버튼을 입력해서 발동하는 전투 중 특수 연출로, 적의 공격을 막거나, 반사하거나, 반격거나, 적의 무기를 빼앗아쓰거나 하는 다양한 리액션 커맨드가 있었으며, 보스만 그런게 아니라 일반 전투때도 몇몇 특수 하트리스, 노바디들에게 존재해서 전투가 상당히 다채로웠습니다. 그런데 이번 작에서는 이게 모두 사라지면서 전투의 흐름이 단순히 잘 때리고 잘 막고 잘 피하면 되는 식으로 좋게 말하면 편해졌고 나쁘게 말하면 단조로워져버렸습니다. 몇몇 보스전의 경우 여전히 특수 패턴에 맞춰 일시적으로 전투 시스템이 달라지긴 하지만 여전히 전작에 비하면 부족한 느낌입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2편에서 세모 버튼으로 사용하던 기존 커맨드를 모두 삭제해버리고, 피니시 커맨드를 강화하고, 어트랙션을 추가하고, 폼 체인지를 다양하게 하는 방식으로 바뀐건데, 이게 장단점이 같이 있다보니 신규 팬이라면 모를까 기존 팬들 모두가 만족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일단 제 경우는 전투가 단조로워졌다는 점엔 동의하지만, 폼 체인지의 유용성과 강력한 피니시 덕분에 이번작이 마음에 들긴 합니다. 시스템 변경점은 아니지만 프레임도 PS4 프로 기준으로 크게 끊기는 일 없이 안정적으로 잘 뽑아주다보니 전투 자체가 쾌적해서 더 그렇게 느끼는 걸수도 있겠네요.
다음으로 넘어가서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인 디즈니 월드의 재현도를 보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훌륭합니다. 이번 작에는 헤라클레스, 토이 스토리, 라푼젤, 몬스터 주식회사, 겨울왕국, 캐리비안의 해적, 빅 히어로6, 곰돌이 푸가 나오는데, 각 월드의 캐릭터나 필드는 구성 면에서도, 그래픽의 발전 덕분에 비쥬얼 면에서도 역대 최고 수준의 재현도를 보여주며, 거기에 맞춘 키 블레이드와 몇몇 월드에서 변신한 소라 일행의 컨셉도 그 월드에 정말 잘 어울립니다. 특히 캐리비안 소라의 비쥬얼은 의상 자체의 적절함과 그래픽 덕분에 역대 최고의 코스튬으로 꼽고 싶을 정도에요ㅋㅋㅋ
덤으로 이번 작엔 사진을 찍는 기능도 추가되었기 때문에 디즈니를 좋아하고 게임에 좋아하는 월드가 나온다면 단순히 월드를 돌아다니는 것 하나만으로도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습니다. 딱 하나 좀 많이 거슬리는 단점이 있다면 각 월드들이 전작들에 비해 굉장히 넓어졌고, 특히 캐리비안은 미니 오픈월드라고 봐도 될 정도의 수준이 되었는데 어째선지 월드에서 전체 지도를 보는 기능이 없어서 길을 헤매거나 하기 좋다는 점이네요.
스토리의 경우 라푼젤과 겨울왕국처럼 원판의 스토리 중 중요한 부분을 그냥 따라가는 경우도 있고, 토이 스토리와 몬스터 주식회사처럼 원판 스토리가 끝난 시점을 기준으로 전개되는 것도 있는데, 일단 재현도만을 놓고 본다면 양쪽 다, 나중에도 언급하겠지만 어떤 면에선 단점이 될 정도로 잘 만들었습니다. 특히 아렌델에서는 원작의 Let It Go 장면을 통째로 집어넣었는데 정말 감탄밖에 안나옵니다.
이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로 미니 게임이 많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 이번 작에도 전작부터 비중이 높았던 구미쉽을 포함해 굉장히 여러가지 미니 게임이 들어있습니다. 일부는 그냥 단순히 도전 요소적인 컨셉도 있고, 각 월드의 컨셉에 맞춰서 만든 것도 있으며, 새로 추가된 시스템으로 여러 능력치를 일시적으로 강화해서 전투에 도움을 주는 요리 시스템도 있습니다. 특히 토이 스토리 편의 로봇 전투와 캐리비안 편의 함대전에서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의 장잉력이 느껴집니다ㅋㅋ
구미쉽의 경우 개별 블록을 이용해서 구미쉽을 자유롭게 만들거나 이미 만들어진 프리셋을 사용할 수 있는 점은 선택지는 늘었어도 기본적으론 전작과 같습니다. 하지만 진행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는데, 전작에서 월드 사이를 오갈 때 고정된 스테이지에서 강제 스크롤 슈팅 게임으로 진행됐던 것과는 달리 이번작에서는 완전히 열린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탐험을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단순히 월드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다니다 심볼 인카운터로 전작들같은 스테이지식 전투를 하거나, 오브젝트를 부숴서 아이템을 획득할 수도 있고, 별자리 사진을 찍어서 청사진을 받을 수도 있으며, 조건을 맞추면 숨겨진 보스와 싸워서 숨겨진 아이템을 획득할 수도 있습니다. 처음 해보면 달라진 조작과 진행 방식에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적응이 어렵진 않은 편이며, 간단한 과제를 달성해서 얻는 청사진 구미쉽이 워낙 강력해서 난이도 자체는 전작들보다도 낮은 편입니다.
어쨌든 미니 게임 자체가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인 만큼 아무리 잘만들어도 때문에 싫어할 사람은 싫어하는데, 저 또한 미니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별로 달갑지는 않습니다만 최소한 뭔가 엄청 공을 많이 들였다는건 플레이하는 내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이번 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를 해봅시다.
킹덤하츠 3은 첫 작품인 1편부터 10년 넘게 9편의 파생작을 통해 이어져온 스토리의 큰 줄기를 마무리하는 작품으로 '다크 시커 사가', 어둠의 탐구자편의 완결작입니다. 이 시리즈는 처음엔 분명 스퀘어에닉스와 디즈니의 콜라보레이션이란 컨셉으로 비교적 단순하게 시작했지만 2편과 수많은 외전들을 거치면서 지나칠 정도로 세계관이 커졌고, 각 작품들은 2를 제외하면 뭔가 스토리를 깔끔하게 끝맺는 것 없이 하나같이 후속작을 위한 떡밥 투척에만 충실했습니다. 게다가 스토리의 흐름도 디즈니와 엮인 작품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텔링이 불친절하고, 분위기에는 디즈니하면 떠오르는 동화적이고 해피한 분위기 대신 비극과 처절함이 깔려있습니다ㅋㅋ 이 시리즈의 팬들은 그런 꼴을 10년을 넘게 봐왔고, 따라서 완결편인 3편에서 그런 답답함을 해소해 줄거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시리즈는 디즈니의 세계관을 표현하는 것이 핵심 중 하나이기 때문에 스토리 전개를 디즈니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1편과 그 이후 시리즈의 전개 방식은 굉장히 달랐습니다. 1편에서 각 월드는 디즈니 작품 스토리를 중심으로 디즈니 캐릭터가 주가 되고 소라 일행은 거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형태로 진행됐으며, 킹덤하츠의 오리지널 스토리는 초중반엔 조금씩만 풀다가 마지막 월드 몇개에서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마무리를 짓는 형태였습니다. 즉, 비중을 따지자면 오리지널 < 디즈니 였죠. 그리고 2편 이후의 작품들에선 각 월드에서도 디즈니의 스토리는 그냥 양념이 되고, 소라를 포함한 주인공들과 다른 오리지널 캐릭터들이 주가 되어 작품 전체에서 킹덤하츠의 스토리를 진행하는 형태로, 비중이 오리지널 > 디즈니가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전작부터 팬들 사이에서 스토리 진행 방식은 호불호가 갈렸습니다. 처음부터 목적이 디즈니의 세계를 즐기고 싶은 팬이라면 당연히 1편의 전개를 선호할테고, 킹덤하츠의 스토리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팬이라면 2편부터의 전개를 선호할테니까요. 그래도 최소한 3편은, 시리즈의 완결편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17년을 끌어온 큰 줄기의 마지막 장으로써 분명 오리지널 스토리에 비중을 두고 전개해야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번 작의 스토리 전개는 1편의 방식으로 완전히 돌아가버렸습니다. 각 월드는 디즈니 캐릭터를 중심으로 진행되는데다, 심지어 라푼젤과 겨울왕국 같은 몇몇 월드의 경우 스토리까지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며, 거기에 소라 일행은 거들 뿐이고 제아노트의 13기관도 알아먹지 못할 소리를 몇번 하고 사라지는 전개가 스토리의 극후반까지 반복됩니다. 발매 전엔 또다른 주인공 수준의 비중을 가지지 않을까 기대했던 리쿠, 미키 페어나 카이리 엑셀 페어같은 동료들은 월드가 마무리될때마다 사이드 스토리로 잠깐잠깐 보여줄 뿐입니다. 심지어 리쿠 미키 페어와 아쿠아 같은 경우 플레이도 가능한데, 그렇게 써볼 수 있는게 전투 두세번으로 끝이라 그냥 나중에 DLC 내기 전에 본편에서 맛만 보여주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고요.
극후반의 오리지널 스토리가 괜찮냐하면 그것도 아닌게, 작품에 단 두개 있는 오리지널 월드인 트와일라잇 타운과 키블레이드 무덤은 이벤트 전투만 반복되는 탐험 요소 0의 무의미한 필드가 됐고, 전작에서 예고한 13기관과의 결착도 최종보스인 마스터 제아노트 본인을 제외하면 세명씩 팀을 이룬 보스전의 반복으로 순식간에 끝내버립니다. 결말은 팬들의 예상대로 어떻게든 해피하게 전개되긴 합니다만 그 방식에 무리수가 너무 많아서 감동이 줄어듭니다. 심지어 분량이라도 괜찮냐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제 플레이를 기준으로 설명드리면 2편을 기준으로 최근 나온 리마스터판에서 이미 모든걸 다 알아서 헤매는 것 없이 스토리를 진행해서 엔딩까지 38시간이 걸렸고 레벨은 72였는데, 이번 작은 넓어진 월드에 조금 헤메면서 진행했는데도 엔딩까지 걸린 시간은 26시간에 레벨은 61에 그칩니다.
신경써야 할게 많았다는건 이해합니다. 전작들이 너무 많이 쌓였고, 새로 유입될 디즈니 팬들을 기대하면 오리지널 스토리를 중심으로 풀기엔 부담이 컸을 수도 있죠. 하지만 모든 시리즈를 플레이하며 기다린 팬의 입장에서, 스토리 내용도, 전개도, 분량도 세대 하나를 건너뛸 정도로 오래 기다리고 오래 개발한 게임치곤 기대에서 많이 벗어났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기존 스토리는 아무리 비중을 줄이고 친절하게 풀려고 해도 신규 팬 입장에서 못알아먹을 소리인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런 스토리 전개에 만족할 사람이 기존 팬과 신규 팬을 통틀어서 얼마나 될지 개인적으론 굉장히 부정적입니다.
스토리는 호불호가 갈리는 영역이라고 칠 수 있습니다만 게임 자체만을 놓고 봐도 큰 단점이 하나 있는데, 게임의 기본 분량도 전작들에 비해서 짧은데도 도전 요소가 너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시리즈 전통의 수집 요소로서 보물상자 열기와 합성 시스템은 여전하고, 사진 기능의 추가로 각 월드에 존재하는 행운의 표식 사진을 찍는 요소도 생겼습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이번 작의 월드들은 전작들에 비해 넓은 편이고, 힌트조차 제대로 주지 않는 와중에 일부 보물상자와 표식의 배치는 기발하다를 넘어서 악의적이기까지 하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직접 다 찾는건 사실상 무리입니다. 특히 캐리비안과 빅 히어로6는 말도 안될 정도. 또한 마찬가지로 시리즈 전통인 미니 게임들도 깊이는 둘째치고 종류만 보면 2편과 맞먹을 정도로 많긴 합니다.
하지만 이 게임의 장르가 ARPG인만큼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도전요소의 핵심은 전투, 즉 숨겨진 보스와의 전투로 꼽고 싶은데 이 점에서 이 게임은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배틀 게이트라고 엑스트라 스테이지에 해당하는 시스템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냥 잡몹들이랑 싸우는 정도인데다, 보스급들은 황당하게도 전작 마지막 던전의 잡몹들을 스펙만 늘려서 재활용한 놈들이고, 딱 하나 있는 진짜 숨겨진 보스조차 최고 난이도 기준으로 캐릭터를 많이 성장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어렵지 않게 때려잡을 수 있을 정도로 쉽습니다. 2처럼 본편에서 등장했던 보스를 강화해서 내놓는 방법도 있었을텐데, 3은 본편에서도 스토리 보스들을 약화시켜서 후반부에 3명씩 짝지어서 팀전 몇 번으로 모두 날려버리고는 숨겨진 보스조차 이렇게 성의없는건 암만봐도 DLC를 노리고 있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습니다.
사실상 이번작 최대의 도전 요소는 구미쉽, 스노우보드, 일곱 푸딩, 행운의 표식 등 온갖 다른 도전 및 수집 요소들을 달성해야 만들 수 있는 최강의 키블레이드인 울티마 웨폰입니다. 고생고생해서 만들어보면 기본 성능도 키블레이드 폼도 다른 키블레이드들을 압도해서 키블레이드 변경 시스템을 쓸모없게 만들어버리는 시리즈 역대 최강의 키블레이드지만, 정작 이렇게 좋은걸 만들어도 이걸로 때려잡을만한 적이 없기 때문에 허무하기만 합니다.
스토리와 달리 이쪽은 DLC로 투기장 같은걸 적당히 넣어주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긴 합니다만, 수도 많고 보스들 하나하나 특성도 잘 살리면서 난이도도 상당했던 전작 2 파이널믹스+의 숨겨진 보스들을 생각하면 이건 좀 너무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전체적으로 성의가 없는 게임이라면 그냥 포기하고 욕했을텐데, 다른 온갖 미니 게임에는 그렇게 신경을 썼단 말이죠.
결론을 말하면 이번 작품이 못만든 작품이라는건 절대로 아닙니다. 오히려 같은 회사의 파판15 따위와는 비교하는게 미안해질 정도로 충분히 완성된 게임입니다. 단지, 시리즈 팬의 입장에서 스토리가 예상에서 벗어났고, 전작인 킹덤하츠 2 파이널믹스+가 지금까지 플레이해본 모든 일본 ARPG를 통틀어서 최고로 꼽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완벽한 작품이었기에 같은 시리즈의 후속작인 3이 그러지 못한게 상대적으로 아쉬울 뿐입니다.
예전에 본 정보에서 제작진이 DLC에 대해 설명할 때 재미있는 말이 있었는데, "DLC는 무료 DLC도 있지만 자잘하게 내는게 아니라 대형 유료 DLC를 준비하고 있고, DLC보다 후속작을 빨리 내는데 집중하고 싶다". 대충 내용에 예상이 가는 무료 DLC와 유료 DLC는 둘째치고, 킹덤하츠 3의 개발 기간을 생각하면 저 후속작을 빨리 낸다는 표현에서 참... 만감이 교차한단말이죠.
어쨌든 그렇게 오래 기다린 게임을, 좋든 싫든 발매된지 1주일만에 할거 다하고 끝내버리니 후련함과 동시에 진짜 무지막지한 허무함이 느껴집니다ㅋㅋㅋ... 역시나 이번에도 다음 작을 예고하긴 했지만 그건 12년을 기다려온 킹덤하츠 3에 대한 기다림은 아니니까요. 이번 작은 이제 이 글을 마지막으로 신경 끄고 있다가 DLC나 나오면 다시 잡기로 하고, 다음 작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 같은 다른 게임을 플레이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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